[에코텍스트 158] 그린뉴딜로 정의로운 전환을!

 
우리가 원래는 어떻게 살았더라, 아득해지는 요즘이다. 지구를 구하는 일은 고사하고, 우리가 우리 자신이라도 제대로 구할 수는 있을까, 혹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는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복수심 같은 걸 유전적으로 각인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도 깊어지는 요즘이다. 영리하고 활발한 신종 바이러스의 창궐 이후, 우리 인간의 일상적 속도가 거의 멈추자 자연의 많은 것들이 복원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오고 있어서 더 그렇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인간으로서의 생존 노력에 대한 일말의 죄의식 같은 감정도 잠깐씩 의식하게 된다. 제 앞가림을 하는 인간이란 과연 지금 이 상황의 종의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 걸까 싶다. 
 
코로나19 이후의 계절을 대비해야 하는 와중에 초미의 관심사는, 모든 위기의 시대 이후처럼, 물론 경제다. 1932년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특단의 조치를 들고 나왔다. 뉴딜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잊힌 사람들을 위한 뉴딜’을 표방하며 공공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던 것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이로 인해 대규모의 사회경제적 개혁이 추진되었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뉴딜 정책은 1970년대까지 제3세계를 제외하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경제 대공황의 시대는 건넜으되 환경적으로는 피폐해진 세계의 거주민이 되어 있었고, 어느새 21세기의 새로운 ‘판’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2007년 깨끗한 에너지산업에 투자함으로써 경제를 부흥하자고 제안한 이래, 2008년에는 영국의 그린 뉴딜 그룹이 저탄소 경제 발전 전략을 제시했고, 2009년에는 유엔환경계획에서 세계 그린 뉴딜 정책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무엇이 됐든 시대는 전사회적으로 ‘그린’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린 뉴딜은 신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기본 전제로 한다. ‘전환’이라는 개념을 우리는 상식선보다 더 넓고 더 무겁게 인식해야만 한다. 가령, 20세기는 명백히 철강과 시멘트와 플라스틱의 시대였고, 앞으로도 이것들이 전혀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는 어려운 일인데, 이것들의 재사용과 재생을 연구하고 산업 현실에 적용하는 일이 가능해야만 하는 것이다.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 대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거나 재활용 분류를 열심히 하고, 전구를 LED로 교체하는 것 외에, 특정 지역과 영역을 초월하여, 국가적이고 글로벌하게 전면적인 전환이 일어나야 하고, 기존의 시장주의 경제체제는 당연히 급진적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 물론 이 거대한 전환은 대부분의 탄소 배출에 책임이 있는 부자나라 상위계층들이 가장 많이 전환의 부담을 져야 하고, 개발도상국들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방식의 ‘정의로운 전환’이어야만 할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그린 뉴딜이라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제대로 논의되거나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이 ‘정의로운 전환’의 시대를 상상해보는 일은 욕망의 무한 대결이었던 지난 시대를 회고하는 것보다 상당히 즐겁다. 음식과 물과 주거의 안전에 더 신경을 쓰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보는 일의 중요성이 유난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기업들의 필요가 아니라 시민들이 필요에 더 관심을 쏟는 사회가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시장과 시민사회, 그리고 국가가 경제에서 함께 역할을 하는 혼합 경제”를 비롯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두 가지 에너지로서 태양 에너지와 함께, 인간 에너지 즉 노동집약적 경제”로의 전환을 예상하고, “지금의 엄청난 실업자와 부분실업자들이 그린 뉴딜 전환 과정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상상과 기대는 한계와 절박에서 비롯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미래를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레타 툰베리는 이렇게 말했다. “위기가 곧 위기의 해결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 비로소 우리의 행동 습관을 바꾸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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