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 162] “어떻게 살 것인가” 마을에 답이 있다

공석기, 임현진 지음, 진인진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자기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인식하는 일은 어렵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복잡할수록,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그러니까 도시 생활자일수록 더 어렵다. 나는 마을 혹은 동네에서 자신을 소외시키지 않고 살아가는 일의 가능성에 대해서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이미 내려놓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학과 출퇴근을 하는 동안에, 동네란 거주지의 집합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밤과 낮을 분리하듯, 주소지와 근무지를 분리했고, 때로는 필요에 따라 주소지와 근무지 모두에서 나 자신을 소외시키는 일을 영악하게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면 어느 곳에서도 책임지지 않는 자로서 존재할 수가 있게 된다. 제주에 내려와서도 한참 뒤에야 마을의 가능성을 조금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여러 이주민들과의 만남 덕분이었다. 
 
그중 매우 인상적인 이주민의 이야기 한 토막이 있다. 그가 제주 이주를 결심하게 된 것은 도시에서는 자신이 ‘소비자’로서만 ‘소비’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기 삶의 결정권이 물건을 구입할 때만 발휘되더라는 것이다. 서울에서 제주로, 제주에서도 중산간으로 이주를 한 뒤에는 아침마다 마을의 오래된 퐁낭(팽나무) 쪽으로 나무신에게 인사를 드리는 의미로 산책을 나섰다고 했다. 자, 이 얘기는 이제 퐁낭과 마을 문화로 이어지게 된다. 제주에서는 퐁낭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정자나무의 대용으로 일상에 깊숙하게 끌어들였다. 정자 문화는 매우 사교적인 동시에 향락적인 요소도 갖고 있는데,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제주는 매우 독자적인 ‘퐁낭 문화’를 형성했다고 한다. 퐁낭을 심어 놓은 돌 발판이 민주적인 쉼터 역할을 했고, 나무 아래 모인 사람들은 위계적인 질서 없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마을의 중요한 일들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제주에는 괸당과 수눌음이라는 지역 특유의 문화가 있다. 괸당은 제주의 부정적 이미지로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괸당도 수눌음도 ‘손을 포개어’(괴다) 마을 사람을 돕는 일과 관련된 말이다. 현대 사회가 개인을 고립시키고 소외시킨다는 점에서 대안적 공동체 문화로 그 특장을 충분히 되살릴 수 있는 요소가 마을에 있다. 
 
사실 마을을 말하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오래된 이야기로 거슬러 갈 필요도 없다. 이를 테면, 인구 1200명에 불과했던 제주 표선면 가시리는 약 10년에 걸쳐 농촌마을 권역개발사업, 체험 휴양마을, 디지털 생태문화마을 등의 사업을 제법 역동적으로 추진했고, 새로운 리더를 선출하기 위해 마을 최초로 열린 후보자 토론회를 지역방송으로 중계하는 신선한 풀뿌리민주주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가진 가시리의 공동체적 실험과 경험들은 마을이 에너지를 가진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그래서 ‘마을에 해답이 있다’는 책의 제목대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만들어준다.
 
『마을에 해답이 있다 ? 한국사회에서 지역 되찾기』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에 걸쳐 국내외 다양한 지역공동체 활성화 작업에 대한 매우 꼼꼼한 보고서다. 지역공동체의 자생적 회복력, 개인과 조직의 혁신적 커뮤니케이션, 에너지 전환과 마을의 자립과 같이 중요한 이슈들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미시적이고,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실상 거대한 것들은 답이 없다. 이를 테면, 거대 도시 서울이 그렇지 않은가. 마을이 자기의 지속성을 고민하는 것과 더불어 서울이라는 거대한 상징의 공간의 밀도를 낮추는 일이 공동체적으로 옳다는 걸 우리는 안다. 머리로든 마음으로든 어느 한 구석은 안다. 성공적인 도시 생활이라는 것들을 아는 만큼 새로, 혹은 전면적으로 새로 써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도시의 답은 ‘모두의 실패’외에 없다는 건,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우리는 알고 있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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