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 164]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하고 전 지구적인

롭 닉슨 지음,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세상이 들썩들썩한다. 고약한 성질 때문에 둘 중 어느 것도 쉽지 않으리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항상 따라 붙는다. 바이러스는 즉각적인 전염성을 갖고 있으며,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우리를 조급하고 안달 나게 한다.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과 환경적 재난은 그 대처에 있어서 정확히 반대 지점에 있다. 
 
지난 백 년 동안 지구의 온도가 1도 상승했다는 사실은 환경주의자들만 조급하게 할 뿐이다. 빙하가 녹고 있다는 경고도, 해수면이 점차로 높아질 거라는 예측도, 방사능의 피해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진단도, 긴급한 정책을 내놓도록 하는 데는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잔인하게 말하자면, 당장 환경적 재난이 우리를, 우리의 이웃을 ‘구체적으로’ 병들게 하거나 ‘직접적으로’ 죽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두고 매우 천천히 진행되는 탓에 즉각적으로 인지하기도, 대응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적 재난을 우리는 ‘느린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그 느린 폭력은 피해는 전지구적이만, 그 과정에서도 절대적인 피해자가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이다. 
 
이 책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민족적 배경, 젠더, 인종, 계급, 지역, 종교, 세대 같은 단층성에 따른 분파 뿐 아니라 거의 무한대인 지역적 차이의 영향을 받는 포괄적 범주’로 규정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불가피하게 닥치는/닥칠 ‘느린 폭력’의 장기적 비상사태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폭발력 있는 이야기로 만들지에 관한 논의가 이 책이 주요하게 다루는 문제다. 가령, 몰디브의 대통령 모하메드 나시드는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 직전에 해저 내각 회의를 개최했다. 몰디브의 대통령과 각료들은 잠수복을 입고 산소마스크를 쓴 채 회의 테이블에 앉았다. 이 정도 쯤은 되어야 온실가스가 지구를 어느 정도로 위협하고 있는지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무대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 제로의 국가는 익사의 위험을 짊어지고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느리고 거대한 폭력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40만 인구의 이 작은 섬은 이제 곧 기후 난민이 되고야 말텐데, 탄화수소를 연료로 쓰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온 부유한 자본주의 국가들에게는 이 피해가 가장 늦게 도착할 것이다. 
 
쓸모없는 이야기이지만, 기후 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가 탄소 연료를 쓰는 비율에 따라 전염되는 것이었다면, 혹은 자본주의적 이윤에 비례하여 적용되는 것이었다면, 이런 가정을 해보자. 그랬다면 기후 위기에 대한 대처가 지금과는 비할 수 없이 즉각적이고 효과적이었을 게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내일 당장 누구도 이 문제로 당장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죽게 되지는 않지만, 목전에 닥친 일이라는 위기의식을 전지구적으로 ‘전염’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레이첼 카슨이 약 50년 전에 그랬듯) 오랜 기간에 걸친 죽음 이야기, 작년의 집속탄이 내년의 살인자로 달라지는 이야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아이를 제멋대로 적으로 간주하는 감손우라늄 이야기 등 서서히 진행되는 내러티브를 들려줄 참신한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카슨은 죽은 강과 유독 물질에 오염된 들판에서 민주주의를 도모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경고는 본국이든 외국이든 장기적 사회 안정성에 관한 모든 비전에 해당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치게 많이 말해져야 하는 단 하나의 이슈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환경주의의 담론과 각론들이 것이다. 이를 테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호들갑을 떠는 일 같은 것 말이다. ‘느린 폭력’으로부터 우리는 전속력으로 빠져 나오지 않으면, 그 어떤 바이러스의 확산보다 더 빠르게 우리는 빠르게 파국에 도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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