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 168] 어떤 것부터 상상해야 할까

 
여름에는 말도 안 되는 태풍이 휘몰아치더니, 겨울에는 또 마음의 준비 없이 폭설을 맞아 몇날며칠을 고난 속에서 보내야 했다. COVID-19 이후 우리 삶은 거대한 재난의 숲 한가운데에서, 그 내용과 형식이 다른 여러 재난 웅덩이를 연달아 건너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되어 버렸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그러느라 우리가 무엇이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생겼다는 것이다. 알아차리기 어려운 일들에 대해서도 자꾸만 대답을 해보려고 애쓰지 않으면 안 되게 생겼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개인의 삶이 사회와 역사 한복판에 서 있다는 걸 의식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이제 더 이상 거대하지 않고 구체적이다.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일상의 거의 모든 일들이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의 역사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작동한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재간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건 COVID19가 가르쳐준 것이다. 지구 어느 곳에서 환경의 역습이 발생한다면 그건 곧 전 지구적인 사태가 되고야 만다는 것을 우리는 삶을 걸고 체득하고 있다. 바이러스로 세계가 멈추자 되살아나는 것들은 인간적인 것들이 아니라 자연적인 것들이었다. 의도하지 않게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자 그토록 바라던 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는 종류의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해 4월 전 세계적인 록다운이 실시되는 동안 탄소 일일발생량은 2006년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모임 제한, 집합 금지 등의 생활 준칙들이 우리의 거리와 공간에 자리 잡아 갈 때, 철새들이 돌아왔고, 사라진 물고기들이 등장했다. 사람들이 사라진 해안가에서는 엄청난 숫자의 바다거북들이 산란했고, 하늘은 제 빛깔을 회복했다.  
 
그래서 어떤 상상들은 자꾸만 스스로 검열을 하게 된다. 가령 이렇게 묻게 되는 것이다. COVID-19 이후, 자동차와 비행기를 이용해서 여행을 떠나는 일은 누구의 행복을 위한 것일까. 우리는 이전과 같은 종류의 행복을 회복해도 괜찮은 것일까. 지구 위에서 누려 마땅한 행복들은 과연 우리의 것이기만 해도 될까. 생태계 자체를 우리의 삶의 조건으로 놓고 살아보려 한다면 우리는 어떤 것부터 상상해야 할까. 살아보지 않은 세계를 그려보는 일은 정말 어렵다. 포장 배달 음식의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류 쓰레기를 정리하면서 이것들이 지구 곳곳에 박혀서 아주 먼 훗날에도 그 흔적을 유지하고 남아서 지금 우리의 시대를 증명해줄 것을 생각하면 좀 끔찍하고 말이다.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투발루와 같은 섬은 바닷가에 잠기는 중이다. 사람들은 섬을 떠나고 있으며, 어쩌면 투발루의 역사는 증명조차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것 또한 끔찍하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친환경도시 마스다르의 사람들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모든 건물 지붕에서 빛을 모은다. 빛을 모으는 지붕 아래에 산다는 것은 단지 자동차를 새로 바꾸는 차원의 일만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모아서 쓰는 에너지’에 대한 개념 위에서 살아간다는 뜻일 테니까 말이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사유지를 숲으로 가꾸면 지원금을 제공한다. 제도가 마련된 이후에는 당연히 숲이 훨씬 더 많아졌다. 숲을 가꾸는 일이 미래를 안정적으로 만들고 현재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우리 집에도 10대 딸아이는 1년 내내 온라인 수업을 듣느라 노트북을 끼고 살고 있고, 나는 조용히 이어폰을 꽂고 넷플릭스의 새로운 시리즈를 열심히 탐색한다. 체르노빌의 끔찍한 참사를 보면서 입을 틀어막고, 우리가 먹고 사는 일이 얼마나 지구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하는 밤은 스스로 많이 괴롭다. 더 한 일이 있다. 그것들이 재생되는 동안에도 탄소발자국은 쉬지 않고 찍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우리는 생태계에 유해하지 않은 순간이 단 한 순간도 없다. 알기 쉽고 간단한 생태계란 언제나 책으로 존재할 따름이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아주 작은 위로 밖에 되지 못한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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