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53] 위험의 성찰과 책임의 원칙

모든 시민이 가습기살균제의 위험성,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미리 알 수 있었을 정도로 화학공학과 원자핵공학에 정통했다면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럴 순 없는 일이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산업적, 사회적 활용에 내재된 위험성은 갈수록 증대된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과학, 정치, 행정, 산업 전문가들이 그런 위험기술의 활용을 나를 대의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시민 대부분은 그런 위험의 사회화를 감내해야 사회 구성원으로서 편익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의 증대를 수용하거나 불만을 표하는 선에서 그치게 된다. 인류가 지나온 그 어떤 시대보다 시민 개인이 누리는 자유와 권한은 크지만 겪어야 할 잠재적 위험 또한 큰 시대이다. 자유롭지만 위험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 시민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울리히벡은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 1986)에서 지적했다. 
 
성찰이 사색으로 끝난다면 위험은 제거되지 않을 것이다. ‘책임은 행위에 대한 영향으로 발생되는 것’이므로 ‘원전이 만든 전기를 사용한 국가와 인류는 그로 인한 위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스 요나스는 『책임의 원칙』(Das Prinzip Verantwortung, 1979)에서 적시했다. 과학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성찰은 반드시 그 위험을 감당하려는 책임의식과 함께 해야 한다. 만일 위험성이 너무 커서 내가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면 우리는 그 위험을 없애는 적극적인 선택과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책임을 지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한 세대가 원전이 생산한 전력의 편익을 누리는 결정을 했을 때 그 위험성은 그 세대만이 아니라 장구한 시간 속의 ‘미래세대’들도 져야 한다. ‘100만 년의 관리가 필요한 고준위핵폐기물의 처분과 관리 책임’를 생각해 보라! 원전 운영은 결코 ‘책임의 원칙’을 다하는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1일 영덕 동북동 해역 규모 3.1 지진, 1월 10일 경주 남남서쪽 규모 2.5 지진, 1월 31일 영덕 동북동 해역 규모 2.2 지진, 2월 10일 포항 동북동 해역 규모 4.1 지진, 2월 10일 포항 동북동 해역 규모 2.5 지진, 4월 19일 동해 북동 해역 규모 4.3 지진, 4월 22일 경북 울진군 동남동쪽 해역 규모 3.8의 지진 발생 등 동해안 경남북 바다와 땅에서 지진이 빈발하고 있다. 이 지진 영향대에 원전 18기가 가동되고 있다. 그중 내진설계 보강이 불가능한 월성원전 3기도 포함돼 있다. 
 
과학기술의 이용과 그 위험성에 대한 성찰조차 전문가들에게 대의시켜서는 안 된다. 그것은 책임의 원칙에 위배된다. 세대윤리에도 어긋난다. 내가 모르는 자리에서 위험의 사회화를 결정하는 우리의 과학, 행정, 산업 전문가 대의자들에게 ‘원전을 중단하고 가속적인 탈원전을 실천하라!’고 강제해야 한다. 시민은 그럴 자유과 권리를 가진 존재다. 위험이 현실화 됐을 때 그 책임과 피해를 평등하게 나눌 존재는 시민 모두이기 때문이다. ‘원전을 더 빨리 안전으로 바꾸라!’ 시민이 발언하고 행동으로 전문가 대의자들을 이끌어야 한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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