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54] 아찔하다 폐쇄하라

전남 영광 한빛핵발전소 단지에 총 6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한빛1호기는 가압경수로형 원자로로 95만 킬로와트(kW) 용량으로 설계·제작됐다. 2016년 10월 한빛1호기 격납건물 철판 상부 원형 돔과 하부 경계부 일부가 부식돼 철판과 콘크리트 사이에 수십 개의 구멍이 발견됐다. 2019년 1월에는 터빈건물 옥상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어 3월의 계획예방정비 중에 격납건물 내 증기발생기와 원자로 냉각재펌프 사이 배관 보온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건설 30년이 넘은 낡은 한빛1호기는 그런 식으로 11건의 크고 작은 사고를 내왔다. 지난 5월 10일의 사고는 역대급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제어봉(원자로 출력 조절장치) 제어능력 측정시험을 하던 중 제어봉 일부를 뺀 지 1분만에 원자로 열출력이 제한치(사업자 운영기술지침) 5퍼센트를 3배 이상 초과한 18퍼센트까지 급증했다. 제어봉 재삽입 후 출력이 어떤 이유에서든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아찔한 일이었다.
 
제한치를 넘으면 즉시 원자로를 수동정지해야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사고 발생 12시간이 돼가는 오후 10시 2분에야 수동정치 조치를 취했다. 뒤늦은 조치도 불법이지만, 애초 제어봉 조작을 조정면허가 없는 무자격 직원이 했다는 것도 문제다. 원자력안전법은 원자로조종감독자면허 취득자나 원자로조종사면허 취득자만 제어봉 조작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비면허자가 조작하려면 감독자면허 취득자의 감독 아래에서만 가능하다고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감독자면허 취득자의 감독 아래 비면허자가 제어했어도 이상출력사고가 났으니 감독 소홀의 과실이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고를 특별점검하고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안전조치 부족과 원자력안전법 위반을 확인해 발전소를 사용정지시키고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늘 그렇듯 뒷북이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사고를 ‘체르노빌 사고를 재현할 수도 있었던 역대급 사고’라고 규정하고 사고를 낸 한빛1호기를 비롯한 낡고 불안한 핵발전소들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한빛1호기는 핵반응로 출력 25퍼센트 선에서 자동정지설계가 돼 있어 더 이상의 출력증가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형사고를 내고서는 ‘그래도 안전!’하다고 밝힌 것이다. 우습지도 않다. 그 변명대로라면 원자력안전법은 ‘쓸데없이 5퍼센트 출력제한과 수동정지 규정을 둔 것’ 아닌가? 변명 아래 깔린 한수원의 안전불감증이 진실로 아찔하다!
 
세상 어떤 핵발전소도 공학적 안전성을 자랑하지 않는 것은 없다. 문제는 그것을 가동하는 사람의 실수다. 인재 사고를 일으키고 숨기다가 원안위에 신고하고, 원안위는 혼내는 시늉을 하며 기실 면죄부를 주는 방식이 우리나라 핵발전소 사고 처리 루틴이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 핵의 피해는 복구되지 않고 핵의 공포는 면역되지 않는다. 정부는 한빛1호기를 비롯한 낡고 불안한 핵발전소들을 즉시 폐쇄하는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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