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55]

20대 국회가 정치적 다툼으로 공전하고 있다. 권력 쟁투에 골몰한 국회가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자연을 돌보는 정치를 펼 수 있을까? 지금의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국회가 법과 제도로 만들고 정부가 국민 대표들이 요구한 정책을 펴도록 만드는 힘은 적어도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의원 20인 이상의 정당’만 갖기 때문이다. 원내교섭단체의 그 힘은 국회가 논의할 의제를 교섭하는 의제 설정권에서 나온다. ‘무엇을 논의하는가?’는 ‘국가를 어떻게 운영하는가?’와 직결된다. 결국 국회는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큰 정당 위주로 운영된다. 정치의 제1목적을 다수당이 되는 데 두도록 판이 짜여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승자독식 구조의 선거제도에서 비롯된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살펴보자. 242개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1명씩 당선자를 뽑았다. 정당 투표에 의한 비례대표는 겨우 47석으로 한정됐다. 3퍼센트 이상의 정당지지율을 얻거나 또는 5명 이상의 지역구 당선자를 내야 비례대표를 세울 수 있는 제한규정이 있기 때문에 20대 국회는 이 컷오프를 통과한 당끼리 정당지지율을 계산해 비례 47석을 나눴다. 정당 지지와 후보 지지가 분리된 이런 구조 때문에 소수정당과 그 후보를 지지한 표의 대다수가 사표가 됐다. 20대 총선으로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득표율은 27.퍼센트였지만 획득 의석은 42.5퍼센트(123석)였다. 반면 7.7퍼센트의 득표율을 보인 정의당의 획득 의석은 2퍼센트(6석)에 불과했다. 결국 다수 지역구 당선자를 낸 당은 지지율보다 과대대표되고 군소 정당은 지지율보다 과소대표됐다. 이런 선거제도에서 환경과 생명가치에 주목하는 투표자들은 자신을 대표할 정당을 찾기 어렵고 찾아도 그 당의 성장을 볼 가능성이 낮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지지율 만큼 의석을 확보할 수 있고 그 수 안에서 먼저 지역구 당선자를 채우고 나머지는 비례로 뽑을 수 있다. 이런 제도라면 각 당 비례대표가 내건 의제와 가치관을 검증해 그 당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국민 지지에 비례하는 국민 대표들을 선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4월, 거대 야당을 제외한 여당과 야3당이 본래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는 못하지만 현 제도보다는 비례성이 강화된 선거제도 개혁에 극적으로 합의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진행시키기로 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제 개혁안이 통과되어 21대 총선이 될 수 있는 마지노선은 2020년 3월 20일까지다.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합의가 파기되거나 합의안을 누더기로 만들 ‘정당들의 변심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생태민주주의, 시민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지금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시민들이 선거제 개혁 합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 개혁 선거제로 21대 의원을 뽑아야 사람과 자연을 함께 살리는 정치의 가능성이 커진다. 오늘의 이슈에 매몰되기보다 내일의 사회구조적 변화를 준비할 때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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