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76] 우리의 대적에 대하여

‘건물주님이 하느님 위에 있다’거나 ‘월급은 월세 아래’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돈이 부동산에 몰리고 금융이 그 뒷배를 서게 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비극에 대한 따가운 비판이다. 이런 사회에 대해 이탈리아 경제학자 피에르 스라파(Piero Sraffa)는 일찍이 이렇게 갈파했다. ‘땅을 가진 지주의 이익이 커질수록 경제는 퇴보하며 그 영향은 노동하는 자들에게 치명적이다.’  
 
최근 불거진 LH공사 직원들의 불법투기는 개발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한 전형적인 부패사건이지만 그 근원에 우리 경제의 부동산 중심 수익구조가 놓여 있다. 토건산업이 대규모 개발을 일으키고 정부와 기업체가 막대한 토지 보상금을 풀어 경기를 진작하는 경제적 클리세가 지고의 경제상식으로 통용되는 사회의 저열한 민낯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토지 공개념을 강화해 토지 보상금을 노린 투기꾼들의 설 자리를 없애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되풀이 될 것이다. 
 
개발 예정지 불법투기꾼은 환경운동의 적들이기도 하다. 1998~2000년 동강 살리기 운동 당시 현장에 파견된 활동가들의 가장 큰 적대자들은 개발공사와 음양으로 공모해 지역 찬성파로 활동하던 주민들이었다. 그들 소유 토지에는 예외 없이 복숭아니, 사과니 하는 유실수 묘목이 꽂혀 있었다. 동강만이 아니었다. 지역 공항, 공단, 신도시, 도로 등등 부지가 필요한 모든 거대 공공개발사업에 이런 식의 지가 조작 수법이 동원됐다. 그리고 그런 개발 찬동자들이 환경가치를 지키려는 진짜 여론을 억누르고 ‘개발민심’이라는 완장을 휘둘러왔다. 
 
가덕도신공항이 특별법으로 추진된다. 여야가 손잡고 밀어주는 형국이다. 이 또한 개발 과정 중 뿌려질 돈을 노리는 ‘개발민심’을 표로 환산한 정치기획에 힘입고 있다. 정부가 천정부지 집값을 잡으려 여러 대책을 쏟아냈지만 실제로는 집값만 올려놓았다. 부동산대책의 실패는 비단 주택정책의 실패에만 원인이 있지는 않다. 주택 외의 다른 대규모 공적개발을 통해 정치경제적 이익을 손쉽게 확보하려는 ‘정치와 정책의 경계 없는 기획’들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기획들은 경제를 부정의하게 만들고 집 없는 설움과 ‘별안간 땅부자’들로 인한 박탈감을 사회화시키며 나아가 ‘2050 탄소중립’을 어렵게 만든다. 
 
『21세기 자본』(2014)의 저자인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는 ‘자본의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았던 것이 자본주의의 실제 역사’이며 이를 국가가 제도로 제어하지 않으면 상속 받은 부자들만 살아남게 된다는 요지의 경고를 남겼다. 미래에도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려면 결국 환경정의, 사회경제적 정의에 치명적인 저 상속자들의 계속적 출현을 막아야 한다. 환경운동은 필연코 토건개발과 부동산투기, 노동 없는 부의 대물림과 싸워야 한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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