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80] ESG가 과거 세탁기인 경우

지난 8월 24일 11시 광화문 LG생활건강 본사 앞,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사회적 규명과 피해자 구제활동을 펴오고 있는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배포된 회견문에 ‘LG는 ESG 말할 자격 없다’라는 눈에 띄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기업이 ‘환경적 책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민주적일 때’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ESG 경영의 핵심이다. LG는 그룹 내 13개 상장기업사에 ESG위원회를 두고 있다. 최근 ‘소비자 대상 기업의 ESG 브랜드 인식 설문조사’(글로벌리서치, 2020.7.4.)에서 1위에 LG전자가, 2위에 LG생활건강이, 공동 3위에 LG화학이, 공동 10위에 LG디스플레이가 올랐을 정도로 ESG 경영 선두기업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왜 이런 고발이 나온 것일까?
 
가습기살균제 참사 기록을 살펴보면, LG생활건강은 ESG로 과거를 세탁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1997년 LG생활건강(당시 기업명은 LG화학, 이후 개명)은 액상 투입 형태의 가습기살균제(‘119가습기세균제거’)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1997~2003년 사이 110만3000개가 판매됐다. 가습기살균제 총판매량 중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개발 당시 제품의 안전 테스트는 없었다. 그런데 미국환경청(EPA)의 1991년 자료, 실내대기팩트시트(NO. 8)에는 ‘가습기에 세정제, 살균제를 사용했다면 철저하게 청소해 공기 중으로 화학물질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주요성분인 염화벤잘코늄의 ‘재등록적합성평가자료’에는 ‘가습기로 분무해 호흡노출시키면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주성분은 독성물질노출한계(MOE)를 10~25배 상회할 정도로 인체 위해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와 기준이 존재했음에도 호흡노출 제품을 개발하면서 참고조차 하지 않았다면 안전을 도외시한 제품 개발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LG생활건강의 가습기살균제 판매는 2003년 끝났고 2011년 정부 역학조사로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이 확인된 이후 2016년 국정조사 직전까지 LG생활건강은 자사의 제품 개발과 판매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2016년 국정조사에 불려나온 LG생활건강 부사장은 ‘개발 당시에는 호흡독성시험을 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변명했다. 2021년 1월까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으로 인정된 피해자 4114명 중 LG생활건강 제품만 사용한 경우는 18건에 불과하다. 제조사이자 판매사였던 LG생활건강이 단 한 번도 자사 제품으로 인한 피해자 조사를 하지 않은 탓이 크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제조판매사와 피해 배·보상을 논의하는 자리에도 일체 참여하지 않은 채 ‘책임 없다’는 강변만 되풀이하고 있기도 하다. 
 
ESG가 참사를 일으킨 과거와 오늘의 피해구제 책임마저 무화시킬 세탁기인 모양이다. LG그룹과 LG생활건강은 당장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찾기에 나서고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ESG의 사회책임 부문 중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소비자 보호’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길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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