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83] 핵발전소에 핵폐기장 만드는 특별법 추진 중단해야

핵발전의 지속불가능성은 단적으로 핵폐기물의 존재 때문이다. 10만 년 동안 방사능 독성을 내뿜는 고준위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권, 기업, 어쩌면 한 사회와 문명의 수명을 아득히 뛰어넘는 세월 동안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당연히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고준위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이 없다. 지금까지 발생한 것들은 발전시설 내에 임시저장돼 있는 상태다. 따라서 그 처리가 핵발전을 지속하려는 핵산업계의 숙원이다. 
 
지난 11월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 회의에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이 상정됐다. 이 법은 핵발전소 내에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임위 전체회의 뒤엔 법안심사소위를 거쳐야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 전원위원회 심사, 국회 본회의 심의의결을 받게 된다. 말하자면 이 법은 이제 법률로서 성립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한 셈이다. 그런데 이 법에 대한 시민사회의 강력한 입법 저항에 직면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처리하기 어려운 폐기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발생원인 자체를 없애는 게 상식적이다. 고준위핵폐기물 처분 문제의 경우, 핵발전 자체를 중단하는 게 바로 그런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다. 그런데 아직, 아직, 아니 탈핵한국을 천명한 이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신규 핵발전소 건설 즉각 중단과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에 관한 어떤 법안도 만들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나온 ‘특별법’에 담긴 핵심내용이 핵발전소 내에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합법화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임시저장한다는 기한 설정도 없다. 사실상 ‘핵발전핵발전소 지역에 고준위핵폐기장을 건설하는 효과’가 있고 그에 따라 현재의 핵발전소에 영구처분장을 건설할 명분(이미 현실적으로 처분장이 존재하잖느냐, 그냥 여기를 영구처분장 삼자 따위)도 축적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가 이 특별법 법안화 과정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신고리5·6호기를 건설 폐기가 아닌 계속 건설로 후퇴한 것으로부터 최근 규모만 줄인 SMR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사업에 막대한 혈세를 쓰는 것까지 정부의 탈핵정책은 말만 탈핵이지 전혀 진보적이지 않다. 특별법 제정 추진은 탈핵정책의 포기라는 시그널을 핵산업계와 시민사회에 전하게 될 것이다. 전 국민과 국토에 위험의 연장, 위험의 합법화를 부르고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의 지속적인 피해와 인내를 강요하게 될 특별법을 만들어선 안 된다. 탈핵한국의 역진이 이 법으로 공고화될 수 있다. 세계사적 에너지 전환의 압력 속에서 핵산업이 스스로 고사하길 바라면서 끊임없이 생존의 비상수단을 제공하는 이율배반의 정치, 정책을 끝내야 한다. 특별법 추진을 정부와 여당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