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88] 녹색 뒤집어씌우기

테슬라 사 최고경영자 알론 머스크가 지난 3월 말 한 인터뷰에서 독일 탈핵정책을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핵 발전은 태양과 바람 등 재생에너지로 필요 에너지를 완전 충족할 때까지 꼭 필요한 가교’라는 게 비난의 근거다. 완전 재생에너지 시대가 아니니 핵 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플랭크퍼트(Harry G. Frankfurt.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에 관한 탁월한 연구를 남긴 도덕철학자)의 방식으로 이 주장에 대해 품평하자면 ‘완전 개소리’다. 핵 발전과 재생에너지는 서로 길항하는 관계라 재생에너지 완전 충족의 시대는 핵 발전이 신속하게 없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래 개소리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시, 그리고 올바른 행동이지 그들과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다툼이야말로 개소리를 가치 있는 사회적 논쟁으로 만들어주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독일정부가 머스크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탈핵 반대론자들의 개소리를 가볍게 무시하고 뚜벅뚜벅 핵발전소 완전 폐쇄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지혜로운 정책행동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은 체르노빌핵사고 이후 조직적 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탈핵을 시작해 후쿠시마핵사고 이후 탈핵 속도를 높였다. 2021년 12월 3기의 핵발전소를 폐쇄한 데 이어 2022년 내에 마지막 남은 3기도 폐쇄할 계획이다.
 
독일 탈핵이 유럽 탈핵으로 연결될까? 70%의 전력을 핵 발전으로 만드는 프랑스가 유럽연합 에너지텍소노미(어떤 에너지가 녹색에너지인지 분류하는 체계, 정부가 금융산업에게 주는 산업지원지침) 결정 과정에서 핵에너지 포함 여부를 두고 독일과 갈등했다. 갈등은 핵 포함을 주장한 프랑스가 형식적 승리를 거두고 핵 배제를 주장한 독일이 내용적 승리를 거두는 식으로 봉합됐다. △핵폐기물 자국 처리 원칙 △사고 저항성연료 사용 의무화라는 달성 불가능한 조건을 달고 포함이 결정된 것이다. 가뜩이나 경제성 부족으로 사양산업이 돼가는 핵 발전 업계가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고 경제적으로는 더 절망적인 저 조건을 만족시키는 핵발전소 신규 건설, 유지를 하긴 ‘매우 어렵다’는 것이 업계 당사자인 유럽원전포럼(European Atomic Forum)의 평가다.
 
참 거꾸로 간다 싶은 것이 윤석열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발표다. 인수위는 지난 4월 12일 핵 발전을 한국 에너지텍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킨다고 공식화했다. 재생에너지의 시대를 먼 미래로 만들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위험을 내재한 핵의 시대를 연장시키는 허튼 짓이다. 독일 탈핵의 힘은 탈핵을 지지하는 80%의 국민들에게서 나왔다. 핵 발전이 녹색이라는 인수위의 결정을 정치적 패착으로 만드는 국민의 인식, 탈핵의지를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표로써 보여주어야 한다. 행동이 개소리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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