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꼭 해야 하나 [시사콕콕 28]

지난 연말정산에 고생 많이 하셨을 걸로 짐작됩니다. 해마다 근로자들을 귀찮게 하는 연말정산, 꼭 해야 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귀찮아도 꼭 해야 합니다.
 
해마다 근로자들이 작성해야 하는 서류는 모두 4종입니다. 핵심 서류인 소득·세액공제신청서에는 연금·저축 등 소득·세액 공제명세서, 월세·주택임차차입금 원리금 상환액 소득·세액공제 명세서가 딸려있습니다. 별도로 의료비지급명세서, 기부금명세서,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신청서도 작성해야 합니다. 모두 합하면 12쪽에 이릅니다. 여기에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서 출력한 서류와 주민등록등본, 원리금상환증명서 등 각종 증빙서류가 있는 경우에는 제출할 서류가 공책 한 권 만큼 두꺼워집니다.
 
 

❶ 연말정산 첨부서류 귀찮게 왜 내라고 할까?

 
이들 서류 가운데 실제로 국세청에 제출되는 서류는 단 한 개도 없습니다. 모두 원천징수의무자인 회사로 제출되는 겁니다. 회사는 제출된 서류를 바탕으로 개별 근로자의 납부 세액과 공제 금액 및 환급·추가 부담 세액을 계산한 결과만 국세청으로 통보합니다. 과다공제가 의심될 경우 등 국세청의 사후 검증에 대비해 제출된 서류는 회사가 보관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서식들은 회사의 회계·경리 담당자들이 쉽게 계산할 수 있도록 꾸며졌습니다. 신용카드 사용액을 세 차례나 중복해 적는 것도 회사 회계 담당자들의 계산 편의 때문입니다. 신용카드 사용액과 관련된 공제가 다양하고 계산식이 복잡하기 때문에 회사의 연말정산 담당자들이 사용금액 데이터를 보면서 계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국세청은 설명합니다.
 
의료비지급명세서와 기부금명세서를 제출하라고 하는 이유는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는 내역이 많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은 매년 ‘조회되지 않는 의료비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모든 의료기관과 기부금을 받는 단체들이 국세청에 자료를 제공한다면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서 출력되는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연말정산을 끝낼 수 있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말 그대로 ‘서비스’일 뿐”이라며 “연말정산은 근로자 본인의 책임으로 공제대상에 포함되는 항목을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영수증 발급기관이 국세청에 일괄적으로 자료를 넘기기 때문에 소득·세액 공제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일일이 국세청이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입니다. 현재 국세 전산망 수준으로는 국세청에 통보된 자료만으로는 정확한 연말정산이 이뤄질 수 없습니다.
 
 

❷ 공무원들은 왜 연말정산 복잡한 줄 모르나?

 
공무원들도 연말정산을 하긴 합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연말정산이 복잡하다는 일반 근로자들의 원성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첫 반응은 “클릭만 하면 저절로 알아서 다 입력되는데 뭐가 복잡하다는 것이냐”며 생뚱맞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원인은 단순합니다. 국세청을 포함한 공무원들의 연말정산은 실제로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2011년부터 전자파일 기반 연말정산을 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공무원 인사·급여 시스템인 ‘e-사람시스템’을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와 연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은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서 소득·세액공제 관련 서류를 전자파일로 내려 받아 e-사람시스템에 첨부하면 돼 서류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인적공제에 변동이 있거나 간소화서비스에 등록되지 않은 항목은 추가로 제출해야 합니다. 대기업과 은행 등 일부 사업장들도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자파일 기반의 연말정산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장들은 아직도 국세청 신고 서식에 따라 서류를 제출합니다. 물론 이전처럼 신용카드 사용금액 확인서, 보험료 납입 증명서 등을 떼서 첨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개통된 이후 부담이 줄어들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기입해야 하는 항목이 워낙 많고 복잡한 세법에 따라 계산할 내용도 많아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❸ 연말정산 안 할 수는 없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벌어들인 소득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게 뭐가 어렵냐 싶지만 워낙 공제항목들이 많고 복잡해 지출에 따른 공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연말정산이란 기본적으로 내야하는 만큼만 세금을 내도록 사후에 보정하자는 취지입니다. 회사는 매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급여에서 과세당국을 대신해 세금을 떼는 원천징수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들마다 공제항목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급여수준과 가족 수별로 세율을 달리 적용하는 근로소득 간이세액표를 적용해 세금을 매깁니다. 개략적으로 세금을 먼저 떼고 나중에 세밀하게 정산하는 체계입니다. 따라서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을 반영해 연말정산에서 실제 결정되는 세부담은 원천징수세액과 다를 수 있습니다.
 
‘13월의 보너스’라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야할 금액보다 더 많이 낸 금액을 돌려받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세금 폭탄’ 또는 ‘토해낸다’고 표현하는 추가 납세액도 다달이 냈어야 하는 금액보다 적게 부담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돌려받건 토해내건 결국 세법에 따라 내야 할 금액만큼 내기 위해선 연말정산을 거쳐야 합니다. 귀찮다고 연말정산 자체를 거부할 경우엔 기본공제 150만 원과 표준세액공제 12만 원만 적용됩니다. 부양가족 공제, 신용카드 공제 등 나머지 모든 소득·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연말정산을 했을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세금 폭탄’을 맞게 될 확률이 큽니다. 때문에 귀찮더라도 공제 받을 수 있는 모든 항목에 증빙서류를 첨부해 제출하는 것이 ‘낼 만큼만 세금을 내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선정수 국민일보 기자 jsun954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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