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 회화나무 아래서-편집자의 말

집 팔아 복권 사는 환경정책



로또복권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지나갔다. 근로의욕 상실, 사행심 조장 등의 이유로 정부가
규정을 개정하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다. 나름대로 필요한 조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부처마
다 경쟁적으로 복권사업을 만들어 손쉽게 재원을 마련했던 것을 생각하면 고양이 쥐 생각하기인
것 같고, 아직도 시민들을 계도 대상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리저리 휩쓸리는 것 같아도 길게 보면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은 오히려 시민들이다. 이번에는 지
나친 감이 있지만 지나가는 바람이지 싶다. 벼락맞는 확률보다 낮다는 복권에 목매달고 살 사람
이 얼마나 될까? 영화 한편 즐기는 마음으로 몇 개의 숫자를 적으면서 잠시 공상에 젖는다면 그
렇게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외국의 사례를 보면 거액의 복권 당첨자들
은 행복해지기는커녕 불행해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하기는 불행해지는 것도 인생이 바뀌
는 것이니까, 인생역전이라는 광고 카피는 이중적 의미를 잘 담은 멋진 표현이다.
가진 것이 많아도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은 꼭 종교적, 철학적인 의미만은 아닌 듯하다. 지나치
게 부족한 것도 불편하지만 너무 많은 것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최근 몇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큰 갈등을 일으킨 환경문제들 역시 너무 많이 가지려다가 문제가 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과거 물, 교통, 전기, 농지 수요가 늘어나니까 댐, 도로, 핵발전소, 간척지를 개발하고
건설해야 했던 것은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없이 공급을 늘려갈 수는 없는 것이고 더
구나 우리처럼 좁은 땅에서는 금방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공급개발위
주의 정책을 강행하려다 보니 동강댐, 새만금, 북한산관통도로와 같이 비합리적이고 무리한 사업
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환경보전의 목소리를 비현실적이라고 몰아세우지만 그런 사람들이야말
로 세상의 변화를 모르는 것이다.
과거 개발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 중에는 환경단체가 많이 생겨서 힘들다는 불만을 터뜨리는 경
우가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 때문에 개발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고 개발이 워낙 비합리적이고 무
리하게 강행되다 보니 환경단체의 주장이 사회적 지지를 받는 것이다. 경제개발론자들도 공급과
개발위주의 발전전략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자원과 에너지 수요
를 철저히 관리하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 생태계가 주는 경제적 가치와 자연정화의 능력을 이해
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토목건설업도 무리한 개발사업으로 욕을 먹을 것이 아니라 자연
복원과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갯벌이 수십개의 하수처리장보다 효과적일
수 있고, 잘 보전된 한 개의 국립공원이 몇 개의 댐보다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
다.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생태계마저 파괴하려는 개발은 집 팔아서 복권 사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새 출발을 하는 노무현 정부의 개발전략과 환경인식에 대해 종교계와 환경진영의 우려의 목소리
가 높다. 생명과 환경의 목소리는 개발시대의 변화를 요구하는 아우성이다. 그 목소리는 현실에
서 가장 약해 보이지만 가장 강한 도덕적 힘이 내재된 목소리이다. 변화에 대한 요구는 피해갈
수 없다. 변화에 거역하는 것은 곧 쇠퇴와 파멸을 의미한다. 변화라는 시대적 흐름으로 선택된
노무현 정부의 발전전략이 녹색의 물이 더 많이 들어야 하는 당위가 여기에 있다.

장재연 jangjjy@madang.ajou.ac.kr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사)시민환경연구소장, 본지 편집자문위원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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