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가습기살균제 바이오사이드의 습격 - 생활용품 위장한 바이오사이드의 살인

생활용품 위장한 바이오사이드의 살인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choiy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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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며느리를 누가 죽였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대회에 참여한 60대 남성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목숨을 잃은 며느리 영정사진을 올려놓았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생활용품 중 화학물질 사용에 의한 세계최초의 환경보건 사건”
지난 12월 12일 한국환경독성보건학회가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종현 박사(환경독성학)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이렇게 불렀다. 다른 한 연구자는 주제발표에서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살균제성분에 대해 기존에 알려진 정보에 의거 흡입독성을 실시해보니 도저히 판매를 허용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위해성이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피해자, 사망자도 43명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이 2011년 9월부터 11월30일까지 약 3달간 접수한 피해사례는 무려 153건. 이중 사망사례는 28.1퍼센트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43명이나 됐다.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태아부터 영유아, 소아, 성인 등 모든 연령대에 걸쳐서 나타났다. 특히 영유아사망이 절반이 넘는 60.5퍼센트(26건)로 가장 많았고, 산모사망이 14퍼센트(6건)로 두 번째로 많았다. 8건의 사망사례는 가족단위 피해에 해당한다. 폐나 심장을 이식해서 겨우 살아난 사례도 7건이나 됐다. 가족단위 피해가 많은데 26가구에 64명으로 전체의 42.1퍼센트를 차지한다. 가구원수별로 보면 2명 가족피해 10건, 3명 가족피해 10건, 4명 가족피해 1건 등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지난 9월초 일이다. 8월말 정부의 발표로 가습기살균제가 산모들을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산모를 죽였다는 가습기살균제가 아이들의 죽음과는 무관하다는 말인가요?” 간질성폐렴으로 사망한 수십 명 아이들의 부모들이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피해사례를 나누고 있었다.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우리 아이도 간질성폐렴으로 사망했어요.” “병명을 정확히 아세요?” “네, 병원기록을 다 갖고 있어요. 병명이 무려 열 가지나 되네요.” “사용하던 가습기살균제를 갖고 있나요?” “네, 갖고 있어요. 옥시싹싹이에요.” “그럼 내일 오전에 바로 찾아뵐게요.” 이미 몇 건의 피해사례를 알고 있었지만 사용했던 제품을 버렸거나 사망진단서를 병원에서 아직 떼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통화 속의 사례는 매우 구체적인 증거를 갖추고 있었다. 다음날 오전 마침 취재를 문의해온 한겨레신문 기자와 통행했다.

 

누가 준식이를 죽였나
준식이(가명)엄마는 병원진단서부터 내놓았다. 정말 병명이 10개쯤 됐다. 진단서 순서대로 적어본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간질성 폐질환, 패혈증, 호흡부전, 호흡기 산증, 폐렴, 피하기종, 간질성폐기종, 상세불병의 공기가슴증, 종격동기종.


2005년에 결혼한 부부는 2008년 12월에 준식이를 얻었다. 2010년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준식이에게 감기기운이 있어 엄마는 가습기를 꺼냈다. 10월 26일 동네 슈퍼에 갔다가 가습기살균제가 눈에 띄어 옥시싹싹 300ml짜리 한 개를 구입했다. 이후 12월 8일과 2011년 1월 12일에 한 번씩 모두 3개를 사다 썼다. 감기기운과 함께 식욕도 떨어졌다. 입맛이 없어 좋아하는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1월 17일 동네병원에 갔는데 이상이 없다고 했다. 25일 잠을 자던 준식이가 가슴흉부가 움푹 들어갈 정도로 숨쉬기 힘들어 했다. 아침 일찍 병원에 갔는데 또 괜찮다고 했다. 다음날은 영동세브란스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바로 입원 치료해야 한다고 했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응급실로 옮겼다. 이틀 뒤부터는 자가호흡이 어려워 삭관을 통해 강제호흡을 해야 했다. 2월 1일 영유아치료경험이 많지 않다며 신촌세브란스로 보내졌다. 수면치료가 시도되었고 열을 오르내렸다. 진정제에 내성이 생겨 투입용량이 많아졌다. 2월26일 동공반응이 없어졌다. 약을 써도 혈압이 떨어져갔다. 수혈을 해도 소용없었다.


다음날 오후1시 12분 준식이는 세상을 떠났다. 병원에 입원한 지 두 달 만의 일이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지 꼭 4개월만의 일이었다. 영동세브란스에서는 성인에게서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고 했고, 서울대병원에 비슷한 환자 2명이 입원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신촌세브란스에서는 쌍둥이가 모두 사망한 예도 있다고 했다.


반쯤 넋이 나간 듯 준식이 엄마는 호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준식이가 병원 입원 전 날까지만해도 멀쩡했다며 동영상을 보여준다. 통통한 얼굴의 아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엄마 사랑해.”라고 한다. 혹시 싶어 이것저것을 물었다. 아빠가 담배를 피우지만 집에서는 안 피우고 어렸을 때 천식이 있었다고 했다. 허락을 얻어 안방을 둘러보았다. 가습기가 침대 아래쪽 바닥에 그 옆에 옥시싹싹이 놓여있다. 아빠는 침대에서 잤고 엄마와 준식이는 바닥에서 잤다고 한다.


그때 준식이 엄마가 보여줄게 있다고 했다. 거실 티브이 옆에 준식이의 사진과 함께 유골함이 놓여있었다. “아직 준식이를 보내지 못하고 있어요.” 준식이 엄마는 울먹였다. 초등학생 딸이 셋인 필자의 눈에서도 눈물이 쏟아졌다. 며칠 뒤 한겨레신문 2면에 준식이 기사가 실렸다.

 

피해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인 1989년경 서울시내에 살며 탄광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여성이 진폐증에 걸려 크게 사회 문제화된 적이 있다. 박길래 씨 사건이다. 당시 막 생겨난 의료단체들과 환경단체들이 열심히 활동하여 법정에서 연탄공장의 잘못을 이끌어내 박길래 씨 사건은 법정에서 인정된 최초의 공해병사건이라고 평가된다. 그런데 작년 강원도 영월에 이어 올해 충북 제천과 단양지역의 주민 34명에게서 진폐증이 검진되었다는 문제는 크게 뉴스화되지 않았다. 심지어 환경단체들에게도 중요한 이슈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발생이 지방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고, 시멘트회사들의 로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생명에 대한 사람들의 감각이 무뎌졌기 때문이라는 한탄이 더 설득적이다. 시화호, 새만금과 같이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이고 무지막지한 4대강사업을 지켜보아야 했으며 급기야 올 초에는 수백만 두의 가축이 구제역이란 이름으로 생매장되는 살풍경을 경험하면서 생명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지 않으면 세상살이를 계속해나가기 어려운 게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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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과 환경단체는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었음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대책이 없는 정부를 비판하며 가해기업의 책임과 집단피해기금 조성 등의 사회적 피해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가습기살균제 문제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수십 명의 아이와 산모들이 죽어나갔는데 문제를 일으킨 제조회사는 입을 다물고 있고 안전관리를 방치한 정부는 나 몰라라 한다. 시멘트공장 주민피해와 다른 점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연령대가 매우 어리거나 다양하다는 점이다. 태아, 영유아에서부터 50대 성인까지 다양하다. 특히 태아와 산모피해자 가족은 20대와 30대 부부가 대부분이다. 피해대책활동을 인터넷 카페모임을 통해서 진행하고 인터넷무료전화시스템인 스카이프를 통해 전화회의를 하는 인터넷세대들이다. 가습기살균제 제품구입도 마트에 직접 가지 않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경우가 적지 않다. 사망률이 매우 높은 제품인 세퓨의 경우 판매자체를 인터넷에서만 해왔다고 한다.


살(殺)생물제라고 번역 가능한 바이오사이드(Biocide)란 말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다. 사전을 찾아보았다. 위키피디아 사전에 따르면 “바이오사이드는 유해 유기물질에 대해 화학적 또는 생물학적인 작용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효과를 내도록 해주는 미생물 또는 화학물질이다.” 바이오사이드에는 염소와 같은 인공적인 물질도 있지만 박테리아처럼 자연바이오사이드도 있다. 흔히 의료계나 농업, 산림업과 일반산업계에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농약이나 항균제도 바이오사이드의 일종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생활 속 바이오사이드의 위험에 대해 일찍이 파악해 관련 법령을 제정해 생활제품에 사용되는 바이오사이드의 위해문제를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정부는 역학조사와 동물실험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피해에 대한 대책이나 사고 기업에 대한 처벌대책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기술표준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청, 환경부 등 이 문제와 관련된 중앙부처만 5곳이 넘지만 어느 곳도 책임지지 않고 발뺌과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살인물품을 제조해 판매한 회사는 외국계회사와 중소기업 및 대기업을 포함해 수십 개에 이른다. 특히 SK그룹, 신세계그룹, 롯데그룹, 삼성그룹, GS그룹 등 국내 굴지의 5개 재벌그룹들이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제조하거나 자체상품으로 판매해왔다.

 

살상유해화학물질, 손 놓고 있는 정부
얼마 전 정부가 ‘생활화학용품 안전관리대책’이라는 보도 자료를 내놨다. 모두 네 가지 항목이다. 1)안전 우려 생활화학가정용품 원료물질 위해성 재평가-지경부, 환경부, 식약청, 2)비관리 품목이나 신규 생활화학용품에 대한 종합대응-지경부, 환경부, 식약청, 3)생활화학가정용품 안전관리 공통기준 개선-지경부, 4)의약외품 추가 지정계획-복지부, 식약청 등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에 대해 하나같이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고 발뺌했던 곳들이 종합대책에 이름을 나란히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무부처가 불투명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미루기 십상이다. ‘제품안전포털시스템-지경부’, ‘화학물질정보시스템-환경부’, ‘독성정보제공시스템-식약청’ 등 관련정보제공 시스템만도 3가지다. 여기에 물질안전정보체계(MSDS)라는 것은 노동부가 따로 관리한다. 여러 가지 시스템들이 중복되어 더욱 안전하게 관리되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다들 조금씩 자신들의 분야로 제한되어 있다. 특히 생활용품 속 유해화학물질인 바이오사이드문제는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계속 지켜봐온 백도명 서울대보건대학원 원장(산업의학전공)은 “차후에 화학물질안전청과 같이 화학물질안전관리를 전담하는 독립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유럽에서는 그렇게 하는데 화학물질이라는 것이 생산재, 소비재 등 안 쓰이는 곳이 없어 큰 틀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임기응변식으로 보도자료 달랑 한 장 내놓고 책임부처를 여러 개 나열해놓는 식의 대책으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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