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어떻게 분노하는가 탈 화산 폭발의 교훈

탈 화산 분화구 인근 나무들이 화산재에 뒤덮여 말라 죽었다
 
‘탈(Taal) 화산이 폭발했어요!’ 2020년 1월 12일,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믿기 어려웠다. 탈 화산은 필리핀 수도인 마닐라 남쪽 70km 지점에 위치한 탈 호수 안의 화산섬이다. 탈 호수는 타가이타이 시, 탈리세이 시, 로렐 시, 타나우안 시, 산 니콜라스 시 등에 둘러싸여 있고 이 대형 호수 안에 탈 화산섬이 있다. 이 화산섬의 중심에 활화산인 탈 화산이 있다. 탈 화산은 1977년 마지막으로 대형 분화를 일으켰고 이후 유명한 여행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나도 가족과 친지들과 자주 놀러가던 곳이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 덕분에 이 화산섬과 호수 인근 지역은 많은 관광수입을 얻었다.  
 
사진기자인 나는 탈 화산 폭발 소식을 듣는 즉시, 편집국에 취재하러 가겠다고 연락하고는 촬영장비를 차에 싣고 탈리세이 시로 출발했다. 화산에서 가장 가까운 곳까지 차량으로 90분 정도 남행해야 한다.  
탈리세이 시에 접어들자 화산재가 섞인 비가 떨어져 진창을 만들고 있었다. 진흙비가 차량 앞 유리창을 뒤덮어 시야를 뺏더니 와이퍼가 고장났다. 차에서 내려 호수로 달려갔다. 화산이 수직고 15km에 이르는 거대한 기둥 같은 화산재를 내뿜고 있었다.  
 
탈 화산 폭발을 피해 대피한 주민들이 군인들의 도움으로 바탕가스 주 산토 토마스 대피소로 이동했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나는 가능한 빨리 그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내가 떠난 이후 탈리세이 주민들은 먹을 물과 음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고립됐다. 비에 섞여 떨어져 내린 막대한 양의 화산재는 그 무게로 주택과 건물들을 붕괴시켰다. 통행 불능상태에 빠진 도로 때문에 구조대원들은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화산 폭발이 불러온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때 떠나지 않았다면 나 또한 고립됐을 것이다.
 
어두워지기 직전 탈리세이 시를 떠나 진흙탕이 된 미끄러운 도로를 30분간 달려갔다. 타가이타이 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깊었다. 거리는 재에 뒤덮여 있었고 헤드라이트조차도 재를 뒤집어쓰고 있었기 때문에 주위를 분별하기 어려웠다. 내가 호텔에 체크인할 때 관광객들은 체크아웃하고 떠나고 있었다. 혼란스럽고 절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탈 화산이 폭발하면서 빗물과 함께 내린 화산재를 뒤집어 쓴 차량을 한 주민이 닦아 내고 있다
 
촬영한 사진들을 사무실로 보내고 난 뒤 음식과 생필품을 사러 나섰지만 모든 상점들은 문이 닫혀 있었다. 도시를 떠나는 차량들로 길이 막힐 정도였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 도시에 머무르게 됐다. 허기는 가지고 있던 초콜릿 바로 채워야 했다.
 
탈 화산 폭발 이튿날 잠시 화산섬에 들어갔다 나올 수 있었던 주민이 온라인에 동영상을 게시했다. 남겨졌던 동물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볼 수 있었다. 화산재를 뒤집어 쓴 말과 소들은 바이러스성 질환에 걸린 몰골로 나자빠져 있었다. 
 
수년간, 전문가들은 화산섬과 그 화산의 분화구들이었던 호변의 여러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 경고했다. 탈 화산은 활화산이며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른다고. 1911년의 폭발로 수천 명이 사망했었다. 전문가들의 경고는 과거에 그랬듯이 대형 폭발이 호수 주변 도시들을 휩쓸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경고와 과거의 치명적인 역사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탈 호수 주변과 화산 근처 도시에 살면서 자연을 약탈적으로 이용하는 생활을 해왔다.
 
탈 화산 분화구 인근 주택들은 화산재로 인해 무너졌고 해변에는 가축의 사체와 죽은 나무들이 떠내려가고 있다
 
폭발의 영향은 물적 파괴에 국한되지 않는다. 막대한 양의 화산재는 물과 대기를 오염시키고 농장과 농작물, 가축, 심지어 사람마저 호흡기 질환으로 죽일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방진마스크를 쓰고 촬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근 한 달 동안 호흡 곤란에 시달리고 폐 열병을 앓았던 것이다. 
 
다음날 나는 보트 한 척을 빌려 당국이 영구위험지역을 지정한 화산섬에 들어갔다. 날 마중한 것은 유령이었다. 셀 수 없는 말과 소들의 사체가 호수를 떠돌고 있었다. 배를 대기도 힘들 만큼 많은 사체가 있었다. 
 
섬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죽음의 공간이었다. 수많은 말들의 사체가 깔려 있었다. 곳곳에 불 탄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다. 여행객을 태우고 다녔던 말들의 사체가 널려 있고 잿더미에 묻혀 있었다. 날 배에 태워 데려 갔던 이는 멜빈 멘도자였는데 그 섬 주민이었다. 그가 손을 들어 죽어버린 두 마리 말을 가리켰다. 그는 그 중 한 마리는 자신의 결혼기념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탈이 우리에게 준 것들이었죠.” 섬을 떠날 때 그는 내게 말했다. “이제 탈이 도로 그걸 가져갔군요.”
 
 
글∙사진 / Ezra Acayan 사진작가
 
 
* 더 많은 사진은 월간 함께사는길 3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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