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큰 고래들 일제가 다 잡았다 _ 박현철



그린피스가 국제포경협회 (IWC) 사료를 조사해 만든 ‘한국의 일제 식민지배기와 해방 이후의 포경 고래수 비교 자료’에 따르면, 대왕고래나 한국귀신고래 등 우리나라 바다의 대형 고래류는 일제가 남획해 멸종시키거나 멸종위기로 몰아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제 때 사라진 한국 대형 고래류
그린피스는 대왕고래,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한국귀신고래 등에 대한 종별 포경기록이 시작된 1911년 이후 국제포경협회에 보고된 자료들을 조사하여 아래의 표와 같은 통계를 얻었다.
1946년부터 1957년 사이에는 포경 기록이 없다. 한국의 일제 이후 포경 재개는 1957년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 사이의 기록은 보고되지 않았다.

표1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 한국 대형 고래 포경
1911-1945사이의 포획 수1957-1986사이의 포획 수
대왕고래200
긴수염고래5117920
혹등고래12811
한국귀신고래130639

표2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 한국 밍크고래 포경
1911-1945사이의 포획 수1957-1986사이의 포획 수
밍크고래87814874

‘밍크고래에 관한 통계’를 보면, 밍크고래 포경은 1940년에야 시작됐고 그 때까지는 위의 ‘대형 고래 통계’에 나타난 어떠한 포획 두수보다 훨씬 적었다. 그 당시에는 밍크고래와 같은 소형 고래는 거의 잡지 않았던 것이다. 그 정도로 대형 고래가 흔했기 때문에 밍크는 고래 취급을 받지 못했을 정도였다는 의미다. 1965년 이후에 잡힌 밍크고래는 거의 일본에 수출됐다. 1966년부터 1986년까지 약 1만2600마리가 잡혔다.
일제에 의해 우리 바다의 대형 고래들이 남획된 뒤 해방 후에는 밍크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고래들을 또 다시 남획해 거의 전량 일본에 수출한 것이 한국 근대 포경의 슬픈 역사인 것이다.

일본 편들기 투표로 일관하는 한국
한국 고래들의 일제 수난사가 해방 후 일본으로의 밍크 수출로 이어졌던 과거는 전혀 기억할 가치가 없는 일인가? 한국이 국제포경협회 총회에서 보인 투표 행태를 분석해 보면, 이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해야 할 듯하다. 한국은 1992년부터 1999년 사이 포경 이슈에 관해 중립적인 투표 행태를 보였다. 그러나 2000년부터 포경 지지로 기울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동안 한국은 67회의 투표를 했다. 그 가운데 41번은 상업포경 재개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찬성하는 투표를 했고 17번은 기권했으며, 9번만 일본 입장에 반대했다. 반면에 포경반대론을 일관되게 펼치는 미국에 찬성 투표한 것은 10번에 불과했고 40번은 반대 투표했다.

표3 점수와 환산한 한국의 국제포경협회 총회 투표행태
YearJapanKoreaUS
19920.65.610
199304.310
19940.73.610
19950.73.610
199605.010
199705.010
19980.44.310
19990.43.510
200002.510
20010.60.610
20020.36.510
200302.710
200401.710

* 이 표는 국제포경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작성한 것은 아니다. 그린피스가 그간의 지속적인 국제포경회의에 참여해 각국별로 보존과 포경에 대한 투표를 한 것을 비교하여 작성한 것이다. 10이라는 숫자는 보존에 전적으로 투표했음을, 5는 중립적인 투표 행태를 보였음을, 0은 포경에 전적으로 투표했음을 나타낸다.
2002년에 한국이 높은 점수를 기록했던 까닭은 의장직위에 대한 다수의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의장의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투표하거나 기권했다. 한국의 높은 점수는 또한 일본이 미국과 구소련의 원주민 생계형 포경 쿼터를 전술적인 이유에서 막고자 했지만, 한국은 이 쿼터를 허용하는 쪽에 투표했기 때문이다.

* 투표로 인한 점수 환산은 고래보전에 찬성하면 1점을 주고, 포경에 찬성하면 마이너스 1점을 부과하며, 기권이나 결석은 0점 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계산했다. 왜냐하면, 투표에 상정된 의제 수가 매년 달라 투표 횟수도 매년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수들은 나중에 1에서 10점 사이의 점수로 통합적으로 환산했다.

그린피스와 미국 등 국제포경협회에서 포경반대 입장을 가진 단체와 나라들은 ‘왜 한국이 국제포경협회에서 포경을 지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국제포경협회에서 한국은 한국에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해롭기도 한 포경 이슈에서 포경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과학자들을 포함한 국제포경협회의 과학자들은 2003년에, 만일 현재 수준의 혼획이 유지된다면 밍크는 멸종될 것이라는 데 동의한 바 있다. 일본이 잡아대는 밍크고래들의 일부는 원거리를 이동하는 고래들의 특성상 한국 밍크들이다. 따라서 일본의 과학포경은 위기의 한국 밍크고래들의 숫자를 훨씬 더 축소시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과학포경 중단 요구안이 나왔을 때 한국은 이 안에 반대표를 던져 일본의 과학포경을 지지했다. 한국은 2000년도 이래 2001년과 2003년에도 일본의 과학포경 반대안이 나올 때마다 이를 거부해 매번 일본을 지지했다. 2000년과 2001년, 한국은 일본의 밍크고래 포경 쿼터를 더 빨리, 더 많이 정하라는 요구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리고 2000년, 2001년, 2002년에 한국은 50마리의 밍크고래를 포경하는 쿼터를 정해달라는 일본의 요구안에 대해 기권표를 던졌다. 기권표는 사실상 지지표다. 왜냐하면 국제포경협회 규정은 하나의 반대표가 3개의 찬성표에 상당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기권표는 계산되지 않는다. 기권은 따라서 사실상 지지인 것이다. 2003년 한국은 북태평양상에서 150마리의 밍크를 포경할 수 있는 커터를 정하자는 일본 제안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2004년에는 같은 지역에서 같은 수의 포경 쿼터를 정하자는 일본의 제안이 다시 나오자 기권으로 이를 지지했다.

한국은 이유없이 다른 나라들의 고래보호를 훼방놓기도 한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남태평양에 고래보호수역을 제안했을 때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남대서양에 고래보호수역을 제안했을 때, 한국은 이 수역에서 어떠한 포경으로 인한 이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 이래 매년 이들 고래보호수역 제정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져왔다.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한국의 일본따라 하기가 이번 울산 회의에서도 지속될까? 독도와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은에 오염된 한국 고래고기
한국이 국제포경협회에서 일본에 우호적인 투표를 하는 진짜 이유는 언젠가 포경이 재개될 때 일본의 기술과 관련 자본의 덕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을 지지하는 여론은 시장의 고래고기 소비자들에게서 나온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고래고기와 그것을 사먹는 소비자들의 존재’가 역사의식 없는 한국의 국제포경협회 투표 행태의 물리적 근거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한 고래고기 유통과 섭취가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연합 고래보호특별위원회(이하 고래특위)가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의 지원으로 국내 최초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고래고기의 수은 분석을 실시한 결과 상당수 샘플에서 수은 오염을 확인한 것이다.



고래특위가 2003년 12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부산과 울산, 포항 등지의 고래고기 시장과 식당에서 구입한 113개의 고래고기 샘플의 수은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샘플의 평균 총수은 오염치는 3.51피피엠이나 됐다. 분석 대상의 57퍼센트인 64개 샘플이 0.5피피엠 이상의 수은에 오염되었으며, 이 가운데 36건은 1피피엠 이상의 오염도를 보였다. 총수은 오염도가 2피피엠을 넘는 것도 18건이나 됐으며 최고 155.6피피엠까지 오염된 상괭이의 간도 판매되고 있었다.

1950년대 일본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공해병인 미나마타병의 원인 물질인 수은은 중추신경계와 신장 기능에 장해를 유발하는 중금속이다. 미국은 모든 어패류의 총수은 잔류 기준치를 1피피엠으로 제한하고, 2004년 3월에 식약청(FDA)과 환경청(EPA)이 공동으로 「어류와 조개류 및 갑각류 섭취에 따른 임신중 여성과 가임기 여성, 모유 수유중인 여성, 어린 아이들을 위한 권고안」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식약청은 왕고등어, 황새치, 상어, 타일피쉬 등 수은 오염이 심각한 네 종류 어류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들의 평균 총수은 오염 농도는 왕고등어 0.73피피엠, 황새치 0.97피피엠, 상어 0.99피피엠, 타일피쉬 1.45피피엠이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한국 고래고기의 총수은 평균농도는 3.51피피엠으로, 한국에서 고래고기를 먹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가장 오염수치가 높게 나타난 상괭이 간(155.6ppm)을 소비자가 먹을 경우에는 심각한 건강상의 위해를 받을 수 있다. 몸무게 60킬로그램인 성인이 단 2그램만 먹더라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주일 동안의 수은 최대 섭취기준을 초과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총수은 잠정허용 주간섭취량(PTWI)을 ‘1주일에 체중 1킬로그램 당 0.005밀리그램’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각 고래고기의 유통판매, 섭취를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환경연합 고래특위는 △고래고기를 사먹지 말자 △고래고기 유통을 금지해야 한다 △고래고기 유통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다른 중금속과 유기오염물질에 대한 모니터링도 실시해야 한다고 소비자와 정부에 촉구했다.


박현철 기자 parkhc@kfem.or.kr


압도적인 고래보호 여론
환경연합과 그린피스가 공동진행하고 있는 고래보호캠페인은 세계 시민사회의 관심사가 되고있다. 한국에서의 고래보호캠페인을 지지하기 위해 그린피스 인터내셔날이 기획한 사이버액션에는 지금까지 5만명이 넘는 세계시민들이 고래보호 메시지를 남겨 그린피스 사이버액션 역사상 최다참여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환경연합 고래특위의 활동은 지난 한 달간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23일~25일 사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이순신 장군 복색을 하고 윤준하 환경연합 공동대표 등이 일인시위를 진행했고 26일과 27일에는 울산에서 그린피스와 울산환경연합, 장생포 주민등이 참여한 고래토론회가 개최됐다. 또한 5월 31일에는 제 10회 바다의 날을 기념하는 고래보호, 고래관광 메시지를 전하는 패러글라이딩 퍼포먼스를 울산 고래대사관 앞에서 진행했다. 이날 퍼포먼스는 포경 관련자료를 중심으로 꾸민 고래박물관 개관을 비판하기 위해 기획됐다.
고래특위는 6월 7일에는 불법포경 고발과 고래보호정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수거한 고래잡이 작살 등을 공개해 한국해에서 만연한 불법포경 실태를 고발했다. 이어 6월8일 야간에는 정부의 포경지향적 정책 등을 비판하는 대형화면을 해양수산부 빌딩 외벽에 투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앴다. 6월 11일과 12일 울산에서 한국연얀고래보호구역 설정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및 워크숍을 개최했고 13일 에는 35미터 대왕고래모형을 이용한 시민과의 만남 행사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했다. 고래특위는 6월15일에는 울산에서 고래관광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총회가 진행될 때까지 고래보호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지난 6월7일에서 14일 사이 조사되어 MBC 'PD수첩'에서 반영된 네티즌 대상 고래보호 대 포경재개 여론조사에서는 고래보호가 94.19퍼센트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고 포경재개는 5.81퍼센트를 얻는 데 그쳤다. 실상 시민 여론은 고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환경연합은 울산 국제포경협회 회의 종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래보호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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