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과 산호초가 경쟁하는 사연

‘제주는 물 위의 세상보다 물속 세계가 더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산호밭이 넓게 펼쳐진 서귀포 강정마을 든바다 속에 들어가 본 이들은 그 말의 의미를 절감하게 된다. 
압도적이고 절대적인 색채감이 물안경 너머에서 빛난다. 
장미보다 붉고 밝은 빛의 맨드라미가 가득 피어난 듯한 연산호 군락 사이를 
형광색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빛을 뽐내며 물고기들이 헤엄친다. 
그 곁에선 연록에서 진녹색의 색채로 물결의 리듬을 타고 조류들도 군무를 춘다. 
이 고요한 수중세계의 아름다움에 빠져 물 위의 세상은 잊게 될 지경이다. 
 
강정마을 앞바다의 연산호 군락지는 서귀포 바다생태계의 거점이다. 이 해역에 서식하는 모든 어류의 70퍼센트가 연산호밭을 피난처로, 산란처로 삼아 섭식활동을 하며 살아간다. 이곳에는 환경부가 정한 멸종위기종인 기수갈고둥과 나팔고둥이 살아있고, 역시 멸종위기종인 금빛나팔산호와 진홍나팔돌산호, 자색수지맨드라미 같은 연산호와 가시수지맨드라미 같은 보호종 연산호들도 지천이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자라는 132종의 산호충류 가운데 92종의 산호가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이 충만한 생명의 향연을 기려 해양수산부는 이 지역 일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정했고, 문화재청도 강정마을 앞바다 연산호 군락을 천연기념물로 정했다. 제주도는 당연히 도립해양공원으로 지정했고 유네스코는 아예 제주 전체를 생물권보호지대로 설정했다. 
 
이 아름다운 바다생태계의 보고가 분쟁지역이다. 정부가 이곳에 해군기지 건설을 시도하고 있고 주민들은 찬반으로 갈려 갈등중이기 때문이다. 강정마을 앞바다가 원래 후보지였던 건 아니다. 다른 곳에서 두 번이나 후보지 주민들에게 퇴자를 맞자 군과 제주도가 대다수 주민들 몰래 당시 주민대표들을 회유해 조작된 찬성 여론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대대적인 홍보전이 펼쳤던 것이다. 주민설명회는 생략됐다가 항의를 받고는 뒤늦게 시늉만 냈고, 사업환경성검토가 끝나기도 전에 사업을 확정 발표하는 무리수가 행해졌다. 주민들의 찬반투표 요구도 거부됐다. 게다가 군항인지 민간항인지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일단 착공부터 하자고 덤비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은 온통 ‘비민주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불탈법’으로 얼룩져 있는 것이다. 
 
강정마을과 그 앞바다를 생명평화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대다수 주민들의 목소리는 무시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이 지키고 대변하려던 강정마을 앞바다의 연산호와 그 속에 깃들어 사는 무수한 바다생물들의 목소리도 묻히고 있다. 강정마을의 한 소녀(윤소원, 13)는 자작시에서 강정마을과 그 바다는 평화와 생명의 공간으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노래한다. “눈을 뜨면 바라보던 바다를 잃고 싶지 않아요.” 소녀의 기도가 현실이 되어야 제주도는 생명평화의 섬이라 불릴 자격을 가지게 될 것이다.
 
글 박현철 편집 주간 parkhc@kfem.or.kr 
사진제공 강정마을해군기지건설반대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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