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케아를 ‘친환경’으로 만들었을까

가구 공룡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이케아(IKEA)가 문을 열었다. 평일 평균 방문자 수 2만~2만5000명, 주말 평균 방문자 수 3만~3만5000명 수준으로 어느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이런 소비자의 폭발적인 반응과는 다르게 광명 가구단지 및 주변 영세업체의 민원은 끊이지 않고,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한국 내 가격 정책의 문제, 주차난과 교통난까지 겹쳐 이케아는 아직도 임시 영업허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상황이지만 어느 정도의 순기능도 보인다. 바로 유해물질과 관련한 논란이다. 2000년대 중반 ‘새 가구 증후군’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문제가 되었던 가구의 친환경 문제가 이케아의 상륙과 함께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저가의 평범한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가 국내에서 친환경 브랜드라 여겨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Eige arbeid
 

이케아가 친환경 브랜드가 된 이유

 
새 가구 증후군의 주원인 물질은 ‘포름알데히드’로 알려져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피부자극, 호흡기 질환, 두통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물질이다. 톱밥에 접착제를 섞어 만드는 파티클보드, MDF 등 가공 목재에서 다량으로 방출되며 방부 처리 등 후처리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어 목재의 경우 이 포름알데히드의 방산량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겨 관리하고 있다.
 
등급은 방산량이 적은 순으로 SE0, E0, E1, E2로 정해지며 나라별로 그 기준은 다르다. 국내에서는 E2 이하 등급의 경우 실내용 가구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해외의 경우는 더 엄격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06년부터 국내 기준 환산 E0 등급 목재만 실내 가구용으로 허용해왔고, 미국도 E0 등급 이상만 실내용 가구로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SE0 등급 자재만 무제한 사용으로 규정하고 E0와 E1 등급은 사용 면적을 제한하고 있다. 해외 기준과 비교해보면 국내 기준이 한 등급 이상 낮은 수준으로 규제되고 있다. 
 
이에 기준이 엄격한 유럽에서 생산된 이케아의 경우 E0 등급의 목재로 제작되기에 국내 가구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소비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그냥 저가의 평범한 가구 이미지인 이케아가 한국에선 졸지에 친환경 등급 목재만 사용하는 품질 좋고 값싼 가구가 돼 버린 상황이다.
 
물론 다른 반론도 있다. “이케아는 공식적으로 E0 등급 자재만을 사용한다고 밝힌 적이 없다.”, “이케아 관계자는 ‘제조품에 따라 E0와 E1 등급 자재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준이 E1 등급을 써도 괜찮다고 정하고 있으니 굳이 E0 등급을 쓸 필요도 없는 셈이다.” 등이다. 이 말만 들으면 국내 상황과 유럽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의 공식적인 반응이 없는 상황에서 단정 하기는 어렵지만, 여기서 살펴볼 것은 유럽과 한국의 목재 등급의 차이다. 유럽의 ‘E1’ 등급은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0.1ppm(약 0.4mg/L)으로 국내 기준으로 보면 ‘E0’(0.3~0.5mg/L)에 속하기 때문에 나라별 등급의 기준이 달라서 나타난 오해라고 생각된다.
 
 
 

국내 기준에 맞췄다면 더 큰 문제

 
하지만 이케아가 국내 판매 상품은 유럽 기준이 아닌 한국 기준으로 저가의 원재료를 써서 제작한다는 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더 큰 문제다. 국내 가격 책정 논란이 증명하듯 오히려 품질이 나쁜 상품을 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판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런 논란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환경부에서 실내가구의 유해물질 방출 실태 조사를 실행한 것은 ‘새 가구 증후군’에 대한 논란이 일던 2006년이다. 2009년 ‘목질판상제품의 오염물질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이 법안은 계속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가 2012년 18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3년 전에도 국가 차원에서 실내가구의 원재료에 대한 안전관리 제도를 만들려고 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대로 규제 제도가 마련되지 못했다.
 
처음 논의가 있던 2006년부터 준비하여 일찌감치 선진국 수준으로 적절한 환경규제를 만들었다면, 국내 가구시장은 이케아와 경쟁 가능한 영업 역량을 갖췄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라면 국내 가구업체의 경쟁력은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 E1, E2 등급의 목재는 가격이 싼 중국산 제품들로 경쟁력을 잃고 있고, 유럽과 체결한 FTA로 2017년 7월 1일부터 나무와 가구의 관세가 ‘0’으로 떨어지면 친환경 자재에 대한 경쟁력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규제 강화가 곧 경쟁력

 
가구 논란의 문제는 결국 정부와 기업의 태도 문제에서 비롯했다고 볼 수 있다. 눈앞의 이익을 보며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인 것이 소비자의 건강도 지키지 못하고 기업의 경쟁력도 떨어뜨리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규제 완화로는 경제가 살아날 수 없고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며 소비자는 국내 제품에서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제 수준에 맞는 환경규제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경석 환경정의 다음지킴이국 부장 markks@eco.or.kr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