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 생명의 연대를 위하여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 해상에는 강풍이 불고 파고가 높았다.

예인선에 끌려 거제도로 향하던 크레인선 삼성1호가 태안 앞바다 해상에 닻을 내리고 

정박중이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 호의 선측을 아홉 차례 들이받았다.

뚫린 구멍에서 검은 원유가 쏟아져 내렸다. 

석유증기의 연무가 사고해역에 깔리고 검은 기름파도가 해안을 향해 밀려가기 시작했다. 


8일 아침 햇살 속, 생명의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기름파도가 휩쓴 신두리 해변에 온갖 저서생물들의 사체가 나뒹굴었다. 

사력을 다해 모래펄을 기던 서해비단고둥과 불가사리가 딱딱하게 굳어갔다. 

서해안에 날아오는 겨울철새, 뿔논병아리는 자맥질해 먹이를 잡는 습성을 가졌다. 

그것이 뿔논병아리를 비극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잠수한 바다에서 먹이를 물고 다시 떠오르는 찰나였을 것이다. 

그의 전신은 검은 기름에 젖고 말았다. 

해변으로 떠밀려와 검은 모래사장을 날개로 기었다. 

겨울 한낮을 버티다가, 서해의 검은 눈물에 젖은 채 그는 죽었다.


사고 직후, 환경연합 회원과 활동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기름파도의 내습을 경고하고, 생태계 피해조사에 돌입했다.

긴급하게 시민구조단을 조직했다. 

130만 명의 거대한 시민구조의 행렬을 일구어 낸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환경연합 시민구조단은 14차에 걸쳐 현장 방제작업을 펼쳤다.

바다의 아픔에 공명하고 주민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1만6640명, 

고귀한 시민의식의 소유자들이 사고 이후 6개월 동안 

환경연합 시민구조단에 참여해 서해로, 남해로 섬과 해변으로 달려갔다.



환경연합은 유화제와 고온고압 세척과 같은 

동족방뇨식의 기술적 해결책에 의지하려는 당국의 반생태적 대처와  

사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업행태를 비판하고 

시들어가는 바다 생태계와 피해 지역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바다에 기대 살다 재난을 만나 삶의 의지를 잃은 주민들을 긴급지원했다.

건강영향과 사회적 외상을 조사하고, 특별법 제정과 피해 주민의 법률구제를 위해 애쓰는 한편

죄없이 생명을 잃고 쓰러져가는 야생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나섰다.

바다의 아픔이 얼마나 깊은지, 바다는 어떻게 자기를 치유해 가는지 알기 위해

생태조사단을 통해 20차에 걸친 조사 활동도 진행했다.


지난 2년 동안 환경연합은 줄기차게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아직도 바다는 아프다.

곳곳의 만곡이 깊은 지형과 해변의 땅 속에 기름은 검은 그림자처럼 붙어있다. 

그 검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환경연합은 

더 오래 바다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환경연합의 지난 730일간의 활동은 

사람과 자연이 일구었고, 또 일구어 갈 불멸의 연대를 위해 바쳐진 것이다. 

이 아름다운 생명의 연대를 지키기 위해 환경연합은 

앞으로도 생태적 약자, 사회적 약자를 위한 

헌신의 세월을 이어갈 것이다.




박현철 편집 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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