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그녀들의 이야기

“집에서 살림만 하는 사람들이 뭘 할 수 있겠어?”

1980년대 후반 여성이고 더군다나 주부인 이들을 사회는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자며 1989년 여성위원회를 결성했다.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들기 등 주부들이 할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실천부터 환경운동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세월이 20년이다. 


20년, 아이 키우는 마음으로 

지난 12월 8일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40대 초보회원부터 60대 베테랑회원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장바구니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과연 몇 사람이나 들까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20~30퍼센트 이상이 장바구니를 든다잖아요. 놀랍기도 하고 가슴이 벅차죠.” 

“화학조미료 대신 천연조미료 사용하자고 파, 고추, 당근 인형탈 쓰고 명동 한 복판에서 춤추고 노래했잖아요, 하하하. 근데 효과가 있잖아요. 과자나 가공식품에 무색소, 무방부제, 무첨가제라고 쓰여 있는 거 봐요.”

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들이었지만 그 힘은 강했다. 비닐봉투 유상판매와 장바구니 인센티브를 이끌어내어 비닐봉투 사용을 크게 줄였다. 뿐만이 아니라 화장품 속 유해화학물질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 이슈화시키고 끈질긴 노력으로 법적으로 화장품 프탈레이트를 금지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화학조미료의 유해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무MSG, 무색소, 무첨가제 등의 바람을 불러온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작은 일이라도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이었다. 그들의 20년은 생활 속 환경운동의 역사라 할 수 있으며 한국 환경운동사에도 빼놓을 수 없다.  

 

다시 20년을 향해

스무 살을 맞은 여성위원회는 그동안의 활동과 정보를 모아 책까지 출간했다. 회원들 모두 자원 활동가지만 어느 시민단체 못지않는 활동과 성과를 내고 20년을 지속적으로 운동할 수 있었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문수정 위원장은 말한다. 

일회용품 줄이기, 유해화학물질 줄이기, 안전한 먹을거리를 넘어 최근엔 도시 만들기에도 눈을 돌렸다. 매달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 발생을 저감할 수 있는 생활 행동 수칙을 정하고, 이를 시민들과 함께 실천하는 ‘착한도시 서울 만들기 시민행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장바구니운동의 뒤를 이을 10년짜리 계획도 살짝 들려줬다. 도시에서 할 수 있는 로컬 푸드다. “일 년에 상자텃밭 하나씩 하다보면 10가지는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기대한다. 

스무 살을 맞은 그녀들이 이제 세상을 향해 당당히 외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글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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