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 생명 위협하는 쓰레기시멘트 _ 최병성

주민들은 시멘트공장 외에는 다른 오염원이라곤 전혀 없는 산골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민들이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믿을 것인가
 
시멘트에 쓰레기를 넣는다? 언뜻 봐서는 이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독성물질이 포함된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고, 그 시멘트로 콘크리트를 버무리고, 그 콘크리트로 세운 아파트와 빌딩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정작 시멘트의 본질을 알지 못한다.
 
정부는 1999년 자원재활용이라는 명분으로 산업쓰레기를 시멘트에 집어넣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렇게 됨에 따라 시멘트에 들어가는 산업쓰레기는 제철소에서 나오는 철강슬래그로부터 하수슬러지, 소각장의 소각재, LCD 패널슬러지 등 불에 타지 않는 폐기물은 ‘부원료’라는 이름으로, 폐타이어, 폐고무, 폐유 등 불에 타는 폐기물은 ‘부연료’라는 이름으로 시멘트에 투입되고 있다. 모 시멘트 공장에 들어가는 폐기물 목록만 150가지가 넘는다는 사실은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시멘트에 들어가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천식환자 넘쳐나는 산골마을

 
 
산업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크게 4가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다량의 쓰레기가 시멘트공장에서 사용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피해다. 둘째는 건설현장에서 발암물질이 가득한 쓰레기시멘트를 날마다 만지고 호흡할 수밖에 없는 180만 명에 달하는 건설 근로자들의 피해다. 셋째는 쓰레기시멘트로 지은 아파트 안에 살아가야 하는 국민들의 피해다. 넷째는 30~40년 후 쓰레기시멘트로 지은 건축물이 재건축의 이름으로 폐기될 때, 폐콘크리트 안에 가득할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가져올 환경재앙이다.
 
먼저 시멘트공장 주변의 환경오염을 살펴보자.
 
시멘트공장이 세 개나 몰려있는 강원도 영월의 경우 후두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의 3.48배로 조사돼 심각한 상황임을 알려주고 있다. 주민들은 시멘트공장 외에는 다른 오염원이라곤 전혀 없는 산골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민들이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믿을 것인가.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시멘트공장의 분진은 호흡기질환과 폐암 등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현재 주민들의 건강 상태가 그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석회암단지인 시멘트공장 주변 마을의 분진을 검사해보니 놀랍게도 납, 크롬, 아연, 니켈 등 시멘트의 유해성분과 동일한 성분이 나타났다(표1 참조).  
 
시멘트공장 주변 주민들이 호흡기질환에 시달리는 이유는 바로 이런 유해 중금속을 날마다 들이마셨기 때문이다. 현대시멘트, 쌍용시멘트가 있는 강원도 영월, 아세아시멘트가 있는 제천, 성신시멘트와 한일시멘트가 있는 단양 등지의 주민들 모발검사 결과 알루미늄, 납, 카드늄 등 중금속이 차량이 많은 대도시 사람들보다 3배에서 6배까지 높게 나왔다. 특히 바륨이란 유해 중금속은 무려 15배에서 22배까지 높은 수치로 검출되었다. 시멘트공장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다.  
 
 

중금속 아파트와 아토피

요즘 많은 아이들이 아토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왜 갑자기 이토록 심각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국민의 거주공간의 근간이 되는 시멘트에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다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시멘트에는 발암물질인 6가크롬을 비롯하여 납, 크롬, 카드늄 등의 유해 중금속이 넘쳐나고 있다.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 쓰레기 안에 있던 유해물질이 그대로 시멘트에 잔류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표2 참조).  
 
시멘트공장들은 산업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다 할지라도 시멘트내의 중금속 함량이 천연 토양 내의 기준 정도로 시멘트 제품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반 토양내의 납의 농도는 1~12ppm, 구리 0.6~9.5ppm으로 국내시멘트의 유해성은 이에 비해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이른다. 시멘트공장들의 주장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거짓말인 셈이다. 쓰레기를 넣지 않고 시멘트를 만드는 중국산 시멘트의 경우 발암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고 있으며 중금속 또한 극미량에 불과하다는 사실만 봐도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기준도 시설도 없는 정책

국내 시멘트에 왜 이렇게 유해물질이 넘쳐날까? 정부는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도록 허가하면서 지금까지 시멘트 제품의 안전기준과 환경오염을 막을 대책을 단 하나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청난 쓰레기를 시멘트 제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폐기물 사용에 대한 기준도 없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막을 방제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것이다.  
 
외국에도 산업폐기물을 시멘트에 재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시멘트 제품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폐기물 사용기준이 있으며 무엇보다 시멘트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규제함으로써 시멘트공장 스스로 사용하는 폐기물의 양과 종류를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멘트공장은 외국에서 실시하는 중금속 규제 중 단 하나의 규제도 실시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환경오염을 방치, 조장해왔다. 그러는 사이 그렇게 생산된 쓰레기발암시멘트는 온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깨끗한 시멘트 얼마나 비싸길래

산업폐기물을 시멘트에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쓰레기로 만드는 시멘트 제품이 안전해야 한다는 것과 쓰레기 사용으로 인해 시멘트공장 주변에 환경오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시멘트공장은 자원재활용이라는 이름으로 이 모든 사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  
 
복도와 지하주차장 등의 부대시설을 모두 포함한다 할지라도 32평 아파트 건축에 들어가는 시멘트 비용은 1세대 당 총 130만 원이 되지 않는다. 쓰레기를 넣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를 만든다 할지라도 20~30퍼센트, 곧 30~40만 원의 비용만 더 추가하면 된다. 이는 수억 원에 이르는 비싼 분양가에 비하면 깨끗한 시멘트값 정도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말하는 것이다. 쓰레기시멘트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단언컨대 국민은 아니다. 오직 건설회사와 시멘트공장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지 않은가.
 
환경부와 시멘트공장은 쓰레기시멘트를 만듦으로써 쓰레기를 치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콘크리트 건물의 수명은 짧다.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가득한 쓰레기시멘트로 지어진 건물이 30~40년 후 재건축될 때, 폐콘크리트 안에 가득 담겨 있는 유해물질이 가져올 환경재앙은 상상이나 해보았는지 궁금하다. 쓰레기시멘트는 쓰레기를 치운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쓰레기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행위에 불과함을 환경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는 하루빨리 쓰레기시멘트에 대한 올바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멘트 제품 안전기준을 법제화해야 하며 폐기물 사용기준을 마련하고, 배출가스 규제와 철저한 방제시설을 통해 환경오염을 근원적으로 막아야 한다. 한 나라의 정책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다 자원재활용을 우선한다면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 아닌가.
 

글·사진 최병성 cbs5012@hanmail.net 

목사, 강원도에서 서강지킴이로 오랫동안 활동해
오고 있다
 
 
사진
 
원자재 절감 차원에서 유독한 산업쓰레기를
집어넣어 만든 시멘트가 사용되고 있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단양의 한일시멘트 공장
 
 
한일시멘트 공장 인근 마을 밭
배추가 분진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다
 
 
시멘트 제조공정에 투입되는 온갖 쓰레기가 적치된 제천 아세아시멘트 공장 야적장
 
 
시멘트공장 폐연료로 사용되는 폐타이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영월 쌍용시멘트 공장 야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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