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작 황금쌀 먹자고?

유전자조작 황금쌀 먹자고?


최준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 LMO 담당 활동가, <LMO포럼> 위원 choijh@kfem.or.kr


황금쌀(Golden rice)이라고 들어보셨나요? 2000년, 한국에서는 생명공학 기술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소개되던 시절에 제2의 녹색혁명 대표선수로서 황금쌀은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일반적인 유전자조작 작물들은 제초제에 잘 견디거나, 살충독성을 뿜어내는 작물이라서, 심고 가꾸기에 편하다는 장점이 강조되었지만, 그런 것들은 안전성 논란 속에서 소비자들의 유전자조작 작물에 대한 불신이 커져갔습니다. 반면, 황금쌀은 비타민A 영양소가 충분히 포함되어 있어 가뭄 등 자연환경이 열악한 지역이나, 영양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쌀만 먹어도 비타민A 결핍을 예방할 수 있는 인도주의적인 유전자조작 기술로 소개됐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황금쌀은 우리 곁에 얼마나 가까이 와있을 까요?

황금쌀의 신화, 그 이면의 그림자
12월 2일, 생명공학 관련 정보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와  유전자조작 기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를 위해 대학, 정부, 시민단체, 업계로 함께 구성한 <LMO포럼>이 공동으로 ‘유전자변형 쌀에 관한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이 세미나에는 황금쌀 개발을 주도했던 <스위스연방기술연구소>의 잉고 포트리쿠스(Ingo Potrykus) 박사, 또 다른 유전자조작 쌀 연구자인 <국제쌀연구소>의 다샨 신 브라(Darshan Singh Brar) 박사 등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유전자조작 쌀 개발을 주도하는 연구자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세계적인 생명공학자들의 한국 방문은 학계에 큰 관심을 끌었는지 200석이 넘는 국제회의장이 가득 찼습니다. 

생명공학 연구자들이 중심이 되어 유전자조작 쌀의 연구개발 및 상업화 현황을 논의하는 모양새에 대해서 이날 참석했던 농민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유전자조작에 대한 건전한 사회적 합의 논의’를 목적으로 한다던 <LMO 포럼>에서 주최한 세미나가 유전자조작 개발자들만의 잔치가 되었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또한 이 단체들은 유전자조작 쌀의 개발과 상업화는 또 다른 쌀 개발이 되어 우리 농업과 식량주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이 담긴 성명서를 세미나가 열린 현장에서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생명공학을 연구하며 생명공학 기술이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며 각국에서 찾아온 생명공학자들과 기술 관료들은 농민, 시민, 소비자, 환경단체들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이같은 분위기는 개발자들의 발표 내내 이어졌습니다. 

첫 발표를 맡은 잉고 박사는 식품에 있어서 절대적 안전성이라는 것은 없으며 상대적 안전성만 존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유전자조작 작물은 전통적인 작물들과 안전성을 비교해야 한다는 ‘실질적 동등성의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비타민A 결핍으로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공공보건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고를 비타민A가 풍부한 ‘황금쌀’의 보급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한 잉고 박사는 지금까지 그 위해성에 대한 진지한 과학적 연구조사가 없는 상태에서 국제사회가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제는 결국 거대 자본에 의한 기술독점만 가속화하는 결과만 낳는다며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이어진 국제쌀연구소 다샨 신 브라(Darshan Singh Brar) 박사는 ‘황금쌀’은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하는 하나의 긍정적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다샨 박사는 녹색혁명의 세계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인류는 여전히 식량 부족에 시달리므로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한 ‘그린 슈퍼 쌀’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입장은 중국 발표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항상적인 식량 수급문제를 겪는 중국은 유전자조작 기술이 세계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중국 대표로 참석한 바오렁 루(Bao-Rong Lu) 푸단 대학교 교수는 중국 정부가 유전자조작 작물 개발과 연구를 위해 35억 달러(한화 4조2000억 원)를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유전자조작 작물 생산에 대한 연구 뿐 아니라 20퍼센트 이상의 연구개발 비용은 안전성 확보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중국 생명공학의 건전성과 안전성에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그동안 유전자조작 관련 국제회의에서 언제나 부실한 관리와 오염사건으로 인해 의혹과 불신만 사던 중국이 사뭇 다른 대접을 받아 높아진 중국의 국제 위상과 자신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 가장 농민단체들의 관심을 끌었던 발표는 이웃나라 일본이었습니다. 낮은 식량자급률, 쌀 시장 개방으로 인한 농업 피해 확산, 식품안전에 대한 높은 시민의식과 유전자조작에 대한 부정적인 소비자 인식. 이 모든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대표로 참석한 농림수산성 마코토 타카노(Makoto Takano) 박사는 일본 내 유전자조작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유전자조작 쌀 개발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마코토 박사는 소비자에게 직접 해택을 줄 수 있는 의약용 식품으로 유전자조작 쌀을 개발하거나, 낮은 식량자급률로 인한 막대한 사료 수입을 대체하기 위한 사료용 유전자조작 쌀 개발이 일본에서 연구되고 있는 방향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술이 아니라 정의가 먼저다
한국 정부도 얼마 전 남아도는 쌀을 사료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적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쌀에 대한 인본적 정서에 반하고 또 가일층 격렬한 농민단체의 반대로 잠시 수그러든 상황인지라 일본의 유전자조작 쌀 사료화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컸습니다. 과연 우리 소비자들은 유전자조작 쌀을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재배하고 판매하겠다면 어떤 태도를 보일까요? 쌀 개방 반대를 외치던 농민들은 끝내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는 조건에서도 사료용 유전자조작 쌀을 재배하지 않을까요?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원광대학교 김은진 교수의 토론에서 우리는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의 단초를 봤습니다. 김은진 교수는 유전자조작기술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내에 유전자조작 작물이 자생하고 있다는 환경부 조사결과를 인용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2009년 국내에 유입된 유전자조작 작물의 유통경로를 따라 유전자조작 작물이 불법적으로 자생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답니다. 조사 결과는 전국적으로 유전자조작 작물이 자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됐다는 겁니다. 김은진 교수는 생명공학 기업들이나 한국 정부는 그동안 유전자조작 작물은 국내 환경에서 자생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정부와 연구기관의 안전성 검증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규제가 필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은진 교수가 이날 강조한 점은 ‘유전자조작 기술은 현재 식량위기의 대안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개도국들의 식량 위기는 식량작물이 아닌 수출작물을 생산하면서 세계 농업의 구조가 왜곡된 탓인데 그것을 유전자조작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적인 대책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왜곡된 식량체계를 바꿔야한다’는 김은진 교수의 주장은 국제적으로도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유엔에서 국제적인 과학자들이 작성한 「농업지식과 기술, 과학을 평가하고 작성한 보고서 (IAASTD :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gricultural Knowledge, Science and Technology for Development 2008)」도 ‘현재의 농업지식과 생산으로도 충분히 인류를 먹일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왜 개도국 농민들이 유전자조작 쌀을 반대할까
세미나를 마치며 “황긍쌀” 개발자인 잉고 박사는 아주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잉고 박사는 한국과 일본 같이 잘사는 나라에서는 유전자조작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런 국가들의 유전자조작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개발도상국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고 했습니다. 잉고 박사는 교황청 과학원에 모인 과학자들이 유전자조작기술의 인도주의적인 활용에 뜻을 같이 했다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말을 마쳤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많은 생명공학자들에게는 잉고 박사의 마지막 발언이 자신들의 연구가 인도주의적이며 인류에게 얼마나 큰 희망인지를 확인시켜주며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을 위한다던 잉고 박사의 목소리는 진짜 농민의 한마디 외침에 빛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좋다는 유전자조작 쌀을 개도국 농민들이 왜 반대하고 있는지를 생명공학자들은 기억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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