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양심과 시민자전거 _ 김복자



청주시에서 400대,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금으로 400대, 총 800대의 시민자전거가 ‘청주를 자전거도시로 만들자’라는 기치 아래 1999년 6월 5일 환경의 날에 출범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시민자전거는 부품을 도난 당하고, 몸체를 도색 당하고, 집 마당에 갇히고, 아파트 계단 난간에 묶이고, 만신창이가 된 채로 다리 밑에 버려지는 등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청주를 벗어나는 것도 모자라 진천, 괴산, 심지어는 경기도와 경상도에서 발견된 경우도 있다. 현재는 동사무소나 노인정 등에 위탁돼 관리되고 있는 자전거 150여대와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자전거 100여대, 총 350여대가 남아 있다. 그나마도 손봐야 할 것들이다. 사람들의 표현대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업’이다.

시민자전거, 이른바 ‘양심자전거’는, 시민들의 양심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에 시작부터 많은 우려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반대를 무릅쓰고 진행했던 것은, 설령 시민자전거가 실패하더라도 ‘자전거도시 만들기 운동’에는 분명 기폭제가 되리라는 판단이 있었다. 실제로 시민자전거가 유명무실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청주시민들의 자전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늘었고, 청주시에서도 자전거도로를 증설하고 이용환경을 개선하는 등 자전거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우리 청주시민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당초부터 800대의 자전거는 60만 청주시민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충분히 예견되었던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자전거를 출범하고, 결과적으로 우리 청주시를 집단적으로 양심부재의 도시로 만들고, 모든 청주시민을 잠재적인 도둑으로 만든 것이 오히려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또한 시민자전거사업을 실패만 한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민자전거는 자전거의 환경적, 건강적 가치를 인식하게 해 주었고, 청주를 자전거도시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시민자전거가 양심자전거가 되는 것은 비록 실패했으나, 아직 청주 곳곳을 자전거로 마음껏 달리고자 하는 희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복자 cheongju@kfem.or.kr
청주환경운동연합 생활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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