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예술마을 상촌미술관 _ 백지훈



푸른 잔디광장과 소나무,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곳. 있는 그대로의 개울의 모습을 담아낸 자연 미술관인 상촌미술관이 충북 진천군 이월면 미장리에 마련됐다.

연면적 총 1만여평. 그 중 5천여평에 자리한 상촌미술관은 건축가인 원대연 씨가 6년 전부터 전시와 공동체 생활을 목적으로 설계해 지은 것으로 미술관이라기보다는 작은 마을에 가깝다.

얼핏 지중해식 가옥을 연상시키는 건물들은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달동네처럼 여러 채의 건물과 벽들이 미로를 형성하고 있는 공간, 벽과 벽 사이로 난 좁다란 골목을 따라 사방으로 트인 풍경을 감상하는 맛도 색다르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탁 트인 공간에는 동네사람들의 결혼식이나 환갑잔치를 열 수 있는 마당이 있고 푸성귀를 다듬고 도예를 배우며 이야기꽃을 피우게 될 사랑방도 있다. 크게 전시공간과 생활공간으로 나눌 수 있는 20~30여채의 건물들은 10~15평 정도로 작고 아담하며 계단과 골목들로 구분된다. 원씨는 본래 미술관을 짓기 전, 공동체 마을을 만들고자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들 입주문제와 허가를 받는 데 제약이 많아, 미술관으로 변경해 허가를 받았다. 그 때문에 상촌미술관은 미술관이라기보다는 전시와 문화, 생활이 어우러진 공동체 마을에 가까우며 아예 예술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촌미술관은 도심에서 볼 수 있는 미술관이나 전시공간처럼 큰 돈을 들였거나, 보는 사람이 위압감을 느낄 만큼 거대하지 않다. 또한 전시실과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자재들은 모두 폐자재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담을 이루고 있는 벽들은 공사현장에 버려진 벽돌로 채워졌고, 조그만 광장에 깔린 블럭들은 도심에서 교체된 후 버려지는 것들을 모아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또 건물 주변의 나무들은 전국의 주택과 관공서에서 버려지는 나무들을 모아 심어놓은 것들이다. 건물을 세울 때에도 땅의 모양을 그대로 살려 건물을 배치하고, 먼저 나무를 심고 건물을 짓는 등 인공물이 자연 속에 묻히거나 최대한 조화를 이루며 소박하게 닮아 있도록 신경썼다.

원씨는 예술마을을 만들면서 전통적인 것을 많이 활용했다고 한다. 옛 초가집이 그렇듯 집은 되도록 작게 만들었으며, 지붕과 지붕이 맞대어 있는 전통적인 미를 그대로 살린 것이 그 예다. 그 때문일까. 미술관을 이루고 있는 건물들은 현대적이되, 작고 친근한 느낌을 자아낸다.



상촌미술관은 관람을 하러 온 사람들이 차와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과 간단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업공간도 만들어놓았다. 또 이곳저곳으로 통하는 미로 같은 골목과 자연의 경사를 그대로 이용한 계단들은 아기자기함과 재미를 더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고유 수종인 소나무를 비롯해 백리향 등 야생화 300여종이 심어져 있어 계절마다 운치를 더한다. 원씨는 이를 위해 식물 전문가를 만나 이야기도 듣고, 어떻게 심고 가꾸어야 하는지도 연구했다고 한다.

“나무와 야생화를 심고 가꾼 이후로 식물 이름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또 가꾸다 보면 마음이 자연을 닮아 자연 그 자체가 좋아지기도 하고요. 나무는 심고 가꾸는 사람만이 그 소중함을 알 수 있어요.”



현재 이 미술관에는 화가를 비롯,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기거하거나 정착해 살 수 있도록 시설이 마련돼 있어 앞으로 20여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또 사람들이 입주하더라도 입주 후 환경을 훼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퇴출시킬 계획이라고 원씨는 말했다.

“하나의 예술마을로서 쓰레기를 가장 적게 배출할 수 있는 곳으로 가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날마다 보는 신문도 한달이 되면 많은 양의 쓰레기가 되거든요. 때문에 마을 안에 있는 도서관에 신문을 비치해 공동으로 보고, 또 에너지 절약도 직접 실천하게 만들 계획이고요. 지금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기거하고 있지만 입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규율도 필요할 겁니다.”

원씨는 이곳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에 대해서도 마을의 공동 규칙을 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나무를 꺾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관람객들은 입장을 금지할 예정이다.

“과거에 미술관 부지는 공장이 들어설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부지를 매입해 이 마을을 지은 것입니다. 공장이 들어서면 지역 경제에 얼마나 많은 보탬이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환경적 측면에서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을 훼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상촌미술관은 전시에 있어서도 일반 미술 쪽보다는 환경을 위한 건축 조형물과 환경 관련 조형물, 이와 관련된 작품을 위주로 전시할 계획이다.

“건축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자연을 위한 건축 토론의 장이자 정보 교류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가 자연을 함께 생각하고 교류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겁니다. 지금까지 건축에 활용된 지식들은 자연에 대해 배려하지 않는 쓸모없는 지식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마을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게 되면서 자연을 배려한 건축지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지요. 때문에 이러한 경험을 널리 알리고 싶었고, 공해로 찌든 도시보다 자연이 그나마 남아 있는 농촌을 보전해 가꾸고 싶었습니다.”

원씨는 차후 나머지 5천여평에 대해서도 예술마을을 확장해 짓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연을 닮은 사람들, 건강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 수 있는 테마마을을 더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형태의 건축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법인을 만들어 회원을 모집하고, 간행물도 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누구나 와서 자연 속에 묻힌 건축물을 보고 배울 수 있으며 생활까지 할 수 있는 예술마을. 자연을 닮아 아름다운 상촌미술관은 이제 문화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호흡하는 생활공동체, 소박한 자연의 모습과 삶을 담는 그릇이 되어가고 있다.


글 / 백지훈 기자 backjh@kfem.or.kr
사진 / 이성수 기자 lees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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