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새우 잡아 한달에 1억! 갯벌이 보물일세

젓새우 잡아 한달에 1억! 갯벌이 보물일세

 

글·사진  박수택 SBS논설위원, 한국환경기자클럽 회장 ecopark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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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외포리 항구]

 

‘질퍽한 바닥에 쓰레기 뒹구는 주변, 지붕 벽 틈새로 스며든 햇살에 춤추는 뽀얀 먼지. 상인들 호객 소리와 손님들 값 흥정하는 소리에 귀 아프고 골치 아픈’ 그런 어시장이 아니었다. 연락선 부두 입구, 널찍한 주차장까지 갖춘 강화 외포리 어시장은 외관부터 산뜻하게 바뀌어 있었다. 시장 양편으로 젓갈 판매업소 20개가 다소곳이 늘어섰다. 어선 이름을 딴 간판들이 정겹다. 물건을 통로 쪽으로 내놓은 곳이 전혀 없어 널찍한 통로가 보기에도 좋았다. 우리나라 시장이나 상가 어디를 가나 상인들이 자기 가게 앞에 너저분하게 물건을 내 쌓아서 통로는 비좁고, 오가는 사람끼리 부딪쳐 물건 제대로 들여다보기도 어렵다. 시장통이라면 고객이 불편한 걸 감수해야 하는 게 보통인데 외포리 젓갈시장 상인들 질서의식은 남달랐다. 천천히 좌우로 오가며 진열된 생선과 게, 여러 수산물을 구경하자니 재미가 한결 쏠쏠하다. 플라스틱 원통에 수북이 담긴 새우젓이 뽀얀 빛깔로 손님들 눈길을 잡아끈다. 가지런히 놓인 이쑤시개 들어 조금 찍어 입에 넣으니 짭짤하되 짜지 않고 오히려 단맛이 감돈다. 갓 지은 쌀밥에 뽀얀 새우젓 반 종지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겠다 싶다. 12월, 김장철이 지난 뒤지만 손님들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졌다. 상인들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둘러보는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아들인다.

 

젓새우로 대박 난 강화 외포리
강화 외포리는 새우젓 축제 마당으로 이름을 굳혔다. 2004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8회를 치렀다. 2011년엔 10월 7일(금)부터 시작해 10일(월)까지 나흘 동안 열렸는데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행사를 주관한 경인북부수협 내가어촌계 정찬요 사무국장은 말한다. “7미터 넓이에 길이는 100미터, 저 넓은 통로를 손님들이 하루 종일 300, 400명 정도 가득 메우고 있었다니까요! 그렇게 계속 사람들이 밀려오고 또 밀려오고.”
강화도에서 새우젓 철은 9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2달 정도다. 가을 행락 나들이 겸 김장 양념거리 구하러  외포리 어시장을 찾은 손님은 하루 평균 5000명, 주말이면 1만 명으로 2달간 40만 명에 이른다고 어촌계는 밝혔다. 외지인을 강화도로 불러들이는 데 새우젓 하나의 위력이 이만저만 아니다. 축제기간 나흘 동안만 따져서 방문객들이 내놓고 간 돈은 농수산물 구입과 식사, 숙박, 교통비 등을 합쳐 생산파급효과가 31억 원에 이른다고 경북대학교 임학과 한상렬 교수는 추산했다(2011.12.9. ‘강화, 갯벌심포지엄’).


2011년 가을 강화 어민들은 로또 당첨 부럽지 않은 대박을 맞아 힘든 줄을 몰랐다.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1달 동안 새우잡이로 올린 수익이 배 1척당 평균 2억 원이다. 기름과 어구, 인건비 같은 비용을 빼고 순이익만 평균 1억 원씩 벌었기 때문이다. 박용오 내가어촌계장은 지난 가을 젓새우 대박을 이렇게 설명한다.


“강화에서 어선 200척이 잡아 올린 게 4만 드럼, 한 드럼의 무게는 150킬로그램인데, 시세를 평균 100만 원으로만 쳐도 4만 드럼이면 400억 원이죠? 새우젓 축제 전후 1주일에 2200드럼이 경매로 나갔고요, 전남 목포 수협에서도 그 즈음에 1800드럼을 경매했는데, 그 중에 우리 강화에서 잡아간 게 1700드럼입니다.” 박 계장은 목포 경매인이 보내온 문자메시지를 내보였다. “신안 목포에서도 새우가 별로 안 나와요. 오죽했으면 비싼 기름 써 가면서까지 그쪽 어민들이 강화까지 올라와서 새우를 잡았겠어요?”


어선 200척 가운데 인천 강화 배가 140척에 신안 목포 어선이 60척이나 됐다는 얘기다. 이건 다른 해역에서도 조업할 수 있는 근해 어업 면허를 받은 어선이고 무허가 연안 어선까지도 강화 해역에서 조업하다 인천해경에 단속되는 사건까지 벌어지는 실정이다(‘새우에 눈  멀어 불법 원정조업’-경인일보 10.24). 
 
“갯벌 다 말려죽이고, 이제 강화갯벌 남았다”
부친을 따라 20살 때부터 어선을 타기 시작해 30년 넘게 뱃사람으로 살아온 박용오 계장은 우리 바다 내력을 손바닥 보듯 꿴다. “과거엔 군산 부안 쪽, 충청-전라 해역에서 고기를 많이 잡았어요. 봄에는 보리새우, 가을엔 젓새우가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갈 일이 없어요, 고기가 안 나오거든. 여기저기 간척사업 한다고 바다 가로질러 막았으니 질퍽하던 갯벌 다 말려 죽인 것 아녜요? 새우가 어디서 알을 낳게요? 바닷물 들고나는 갯벌 바닥 아닙니까? 올 김장거리 배추 무는 싸졌는데, 새우젓은 작년보다 두 배나 올랐어요. 그도 그럴 것이 서해안 황금어장이란 어장이 어느 새 몽땅 죽어버린 거더라고요. 우리 강화 갯벌마저 어찌되면 정말 국산 새우젓은 영영 못 먹게 될 게 뻔하지 않습니까? 강화 새우젓이 앞으로는 명품이 될 겁니다. 우리가 어디 가서 한 철 고기잡이로 1억 원을 만져 봅니까? 바다는요, 저금통장이라니까, 평생의 저금통장!”  


새만금 갯벌 은덕으로 충남 광천, 강경이 젓갈로 이름을 날렸지만 방조제 공사로 갯벌이 망가지면서부터는 신안, 강화 새우를 가져다가 저장해 팔고, 그나마 지금은 국산이라곤 거의 강화산이라는 얘기다.


외포리 해안도로 안쪽으로 새로 번듯한 수산물 보관창고가 우뚝 들어섰다. 인천시가 50억 원을 지원해 2011년 완공한 시설로 새우젓 2000드럼을 보관할 수 있다. 연중 일정하게 저온으로 냉장 숙성시킬 수 있으니 인공 토굴인 셈이다. 강화 새우젓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를 지방자치단체도 인정해 먼 앞날을 내다보고 투자했다는 뜻이다.

 

세계 5대 갯벌, 강화갯벌
새우젓 대박을 계기로 강화갯벌의 생태적 가치와 경제 사회적인 효과를 살펴보자는 심포지엄을 12월 9일 강화시민연대와 강화갯벌센터가 마련했다. 2012년 9월6일부터 열흘 동안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주최 세계자연보전총회(WCC)를 앞두고 강화와 관련된 사항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도 겸해서다. 총회 행사의 하나인 ‘생태관광25선’에 강화갯벌이 들어있다. 총회 워크숍과 발의안 채택 지원 주제에도 ‘지속가능한 섬 및 연안 생태계의 보전과 관리’, ‘저어새 서식지 보전/갯벌의 보전’이 선정됐다. 강화와 직결된 주제다. 강화갯벌을 보전하면 남반구 호주 뉴질랜드와 북반구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캐나다를 오가는 도요물떼새의 동아시아 기착지를 유지할 수 있다. 멸종위기 희귀조류 저어새의 번식지를 지킬 수 있다. 새우와 게, 조개류를 비롯해 다양한 바다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어 수산업을 지속할 수 있고, 새우젓 축제를 이어갈 수 있으며, 김장이라는 우리 전통 식문화의 기본양념인 국산새우젓 명맥을 지킬 수 있다. 바다와 갯벌, 물새, 어업, 축제, 전통음식문화는 바로 생태관광자원이기도 하다.


강화갯벌은 이미 부분적으로 천연기념물, 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실질적인 보호는 미흡한 실정인 만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체계를 갖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방도를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심포지엄에서 제시됐다. 세계를 향해 강화갯벌을 널리 알리고 보전하자고 호소할 수 있는 기회로 세계자연보전총회와 생태관광 체험행사를 적극 활용하자는 데 뜻이 모였다. 우리나라의 하늘관문인 인천국제공항도 가까이 있는 만큼 외국인들에게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강화만큼 훌륭한 생태관광지도 드물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강화남단 동검도 주변 갯벌에선 전 세계에 2000마리 정도밖에 안 남은 두루미(천연기념물202호)를 볼 수 있다.

 

조력댐 따위 비교도 말라
강화갯벌은 서쪽으로는 강화조력, 남쪽으로는 인천만조력사업의 대상지다. 의식 있는 강화시민들은 조력댐 사업 따위는 갯벌과 비교하지도 말자는 자세다. 실제 심포지엄에선 조력댐은 거의 언급되지도 않았다. 갯벌을 이대로 두기만 하면 헛돈 들일 필요 없고, 자연도 살고, 사람도 산다. 제 정신 가진 정부라면 순리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끝까지 거스른다면 정부의 주인들이 나서면 된다. 2012년은 주인의 선택권을 행사하는 해다. 자연과 생명, 삶을 지키자는 민심이 강화에서만도 밀물처럼 높아지고 있다. 다른 곳인들 다르랴? 민심이 천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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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포리 어시장 둘러보는 취재진. 젓새우를 통해  강화갯벌의 우수성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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