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마을의 탄생! 서울 은평구 산새마을

버려진 공터에서 주민들의 힘으로 다시 태어난 산새마을 텃밭 ⓒ함께사는길 이성수
 
 
서울시 은평구 신사2동 237번지 일대. 밋밋한 행정상의 이름 대신 주민들은 이곳을 ‘산새마을’이라 부른다. 지난 2011년 마을학교를 운영하며 주민들이 직접 지은 이름으로, 마을 뒤편을 지키고 있는 봉산과 그곳에 기대어 살아가는 수많은 새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한다.
 
산새마을의 역사는 넉넉잡아봐야 40년으로 그리 길지 않다. 본디 공동묘지였던 이 지역은 1968년 토지구획정리사업 이후에야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초기 정착민은 망원지역 수해 이재민들과 행당동 뚝섬의 경작민, 용산 철거민들이었는데, 서울시는 버스까지 동원해 그들을 이주시켰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서울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도시가 끊임없이 확장되자 산새마을에도 2005년 재개발과 뉴타운 바람이 들이닥쳤다. 당시 일부 주민은 투기꾼들에게 집을 팔고 산새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없다며 산새마을을 외면했고, 결국 재개발은 취소되었다. 주민들은 상실감과 함께 각종 비관에 빠져들었다. 침잠했던 마을이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무렵, 은평구의 두꺼비하우징 시범사업 마을로 지정되면서 부터다. 두꺼비하우징은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가사의 전래동요처럼, 사회적 기업을 통해 주택 개•보수와 마을 기반시설 확충을 돕는 사업이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의 주역은 주민들이었다.
 
텃밭 조성 전, 3주 만에 25톤에 가까운 쓰레기를 치웠던 마을 공터 사진출처 서울시청
 
텃밭 조성 전, 각종 쌈채소와 수박, 고추, 가지 등이 자라고 있는 현재의 모습 ⓒ함께사는길 이성수
 
당시만 해도 산새마을에는 30년 동안 쌓인 쓰레기로 뒤덮인 마을 공터가 있었다. 쓰레기를 치워달라며 그동안 꾸준히 민원을 넣었지만, 행정 당국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런데 2012년 초 주민들이 직접 팔 걷어붙이고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고, 구청은 자발적으로 나선 주민들의 모습에 청소차를 지원해 주었다. 3주 만에 무려 25톤에 달하는 쓰레기를 들어냈고, 모든 정리를 완료하는 데는 총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마을 주민들은 쓰레기를 치운 자리에 텃밭을 만들고, 각자의 집에는 꽃을 심자고 다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마을을 찾아 곳곳에 벽화를 그려주었다. 낙후된 거리가 점점 활기를 되찾으면서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경관대상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민들이 진정한 마을의 주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버려진 공터를 살리며 공동체의 힘과 소중함을 깨달은 산새마을 주민들은 이제 마을의 보도블록 하나도 공무원이나 업자가 아닌 주민들이 직접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주민이 직접 만들어가는, 주민이 진정한 주인인 ‘진짜 마을’이 탄생한 것이다.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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