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스 쌀로 밥해 먹기 _ 박은수



칼로스 쌀이 지난 3월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수입쌀이라는 거센 반감과 미국 1등급 쌀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우리나라 밥상에 오르게 된 칼로스 쌀, 그 맛은 어떨까. 직접 칼로스 쌀을 구입, 밥을 해 먹어보기로 했다.

인터넷 쇼핑사이트에서 칼로스 쌀 10킬로그램을 1만8500원에 구입했다. 시중에 유통중인 일반 국산 쌀보다 비슷하거나 1~2천 원 저렴한 가격대였다. 이틀 후 도착한 쌀 포대에는 제품명 칼로스, 원산지 미국, 품목 쌀, 품종 중립종, 생산년도 2005년, 수입자 농수산물유통공사, MILLING DATE(도정일자) 2006/03/03 따위의 사항들이 적혀 있었다.

밥맛? 찰기, 구수한 맛 없어
일반적으로 쌀알이 짧고 통통하며 쌀가루가 적고 윤기가 흐르는 쌀을 좋은 쌀로 친다. 그 기준에서 보자면 칼로스 쌀은 분명 좋은 쌀은 아니었다. 우선 형태면에서 쌀알이 길고 가늘었다. 또한 쌀알은 희고 유난히 하얀 쌀가루가 많이 묻어났다. 윤기도 적고 푸석해 보였다.

첫 번째 지은 밥은 일반전기밥솥을 이용한 흰 쌀밥. 정확한 밥 짓기를 위해 계량컵을 사용하고 밥솥에 나와 있는 눈금에 맞춰 밥물을 조정했다. 밥이 끓으면서 약간의 냄새가 났다. 묵은 쌀로 밥을 할 때 나는 냄새와 비슷한 퀴퀴한 냄새였다. 막 지은 밥은 희고 윤기가 흘렀다. 조금이나마 찰기도 있었다. 하지만 밥맛에는 차이가 있었다. 우선 밥알에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구수하고 단맛은 덜했다.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졌다. 밥은 금방 식어버리고 윤기는 금세 사라졌다. 찰기가 사라진 밥은 푸석푸석했고 식은 밥에서는 약한 군내가 났다.

두 번째엔 전기압력밥솥으로 밥을 지었다. 찰기를 더해준다는 압력밥솥에서 밥을 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일반밥솥으로 한 밥보다는 차졌다. 하지만 구수함과 단맛 등은 여전히 부족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찰기는 사라지고 밥 표면이 금세 굳어버렸다. 또한 밥솥의 밥은 서로 엉겨 붙어 ‘떡밥’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요즘 흰 쌀밥이 아닌 잡곡 섞인 밥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 잡곡으로 많이 이용하는 흑미를 조금 섞어 전기압력밥솥을 이용해 밥을 지었다. 밥맛은 칼로스 쌀만으로 한 밥보다는 한결 나았다. 하지만 국내산 쌀로 한 밥과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칼로스 쌀로 만든 백설기와 절편 역시 구수함과 단맛이 약했다. 떡의 뒷맛은 씁쓸했다. 또한 백설기의 경우 짧은 시간에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굳어버렸다. 절편도 마찬가지였다. 절편 고유의 탄력 있는 쫀득함은 없고 맥없이 풀어져 입 안 여기저기 달라붙었다. 맛도 밋밋했다.

칼로스 쌀로 밥해 먹기는 일주일 만에 끝을 냈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칼로스 쌀로 한 밥을 함께 시식한 사람들에게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가족과 함께 주로 집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은 밥맛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혼자 자취 생활을 오래했거나 집 밥보다는 외식을 주로 하는 사람들은 밥맛의 차이를 적게 느꼈다.

밀려드는 수입쌀
지난해 11월 농민들의 격렬한 반대 속에 국회는 쌀 협상 비준안을 통과, 쌀 관세화를 10년간 유예받는 조건으로 매년 일정량의 밥상용 쌀을 10년간 의무 수입해야 한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당장 오는 7월까지 미국산 5500톤 등 밥상용 쌀 총 2만2557톤을 의무 수입할 계획으로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수입산 쌀의 공매율을 높이기 위해 공매일수 증가, 공매자격완화 등 각종 계획을 발표하고 대형유통마트에 수입쌀 공매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벌써부터 수입쌀의 불법유통, 원산지 속여팔기, 수입쌀 값 하락조짐 등 우려했던 일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밥맛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이미 중국산 찐 쌀로 만든 김밥과 국적 불명의 식당 음식, 인스턴트, 화학조미료, 원산지 속인 먹을거리로 조금씩 입맛이 하향화되거나 신뢰가 깨진 소비자들에게 값싼 수입쌀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지도 모른다.

값싼 수입밀에 밀려 토종밀을 멸종위기에 내몬 뼈아픈 경험이 우리에게 있다. 현재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4분의 1, 그 중 90퍼센트 이상을 쌀이 차지한다. 최근 농림부는 DDA 농업협상과 한미 FTA 등을 이유로 쌀을 포함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수입쌀 개방 반대와 한미 FTA 반대를 외치며 길거리에 드러누운 농민들의 외침은 단지 생계만을 위한 호소 이상의 무게를 가진다.

“쌀시장 개방으로 저가의 수입쌀들이 밀려오면 우리나라 쌀이 설 자리는 조금씩 무너지고 식량 자급률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식량주권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결국 우리의 밥상을 우리 땅, 우리 손으로 지키지 못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라고 절규하는 그들에게 칼로스 쌀 수입은 단순한 기우가 아닌 위기의 시작이다.


글/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사진/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밥맛 없는 칼로스 쌀 “품종과 도정일정 원인”
캘리포니아 장미라는 뜻을 가진 ‘칼로스 쌀’, 이름과는 달리 장미의 달 5월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활짝 피지 못했다. 지난 3월 첫 공매 후 5월 12일 현재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창고에 쌓이고 있다. 수입쌀이라는 반감정서도 작용했지만 밥맛에 관련된 부정적인 여론도 한몫했다. 미국 1등급 쌀 칼로스, 밥맛이 왜 이럴까.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쌀 품종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칼로스 쌀은 국내산 쌀과 품종이 다르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재배되는 자포니카형의 쌀은 둥글고 길이가 짧은 단립종이고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되는 인디카형은 가늘고 긴 장립종이다. 장립종은 단립종에 비하여 부착성과 찰기가 적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쌀은 단립종인 데 반해 칼로스 쌀은 장립종을 개량, 단립종과 장립종의 중간인 중립종이다.

도정 후 유통기간이 길다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칼로스 쌀이 미국에서 도정 등의 가공을 마친 후 우리나라로 반입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보통 한 달 정도다. 해상운송이라 바다상태 또는 기후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또한 국내 도착 후 식물검역, 잔류농약검사 등 국내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대략 5일에서 12일 정도 걸린다. 결국 도정 후 밥상에 오르기까지 적어도 한 달 이상이 걸린다. 한 관계자는 “이 과정 동안 쌀은 상미기간을 지나버린다. 쌀 도정 후 유통기간이 짧을수록 밥맛이 좋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으로 즉석에서 도정해 포장하는 추세에 도정 후 한 달 이상 된 쌀이 비교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한국식품연구원 쌀 연구단 김상숙 박사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김 박사는 “현재 수입된 칼로스 쌀은 장립종과 단립종 중간 형태로 국내산 쌀보다 아밀로스 함량이 약간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아밀로스 함량이 높을수록 밥의 찰기는 덜하고 또 밥이 굳어버리는 이른바 노화현상이 금방 온다. 특히 대량으로 밥을 해놓는 식당가에서 나온 칼로스 쌀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이런 현상 때문으로 보인다.”며 “또한 유난히 흰 쌀과 쌀가루는 도정도를 높여 쌀을 많이 깎아내면 그럴 수 있다. 그 외에 도정기간, 가공방법, 취사조건, 보관상태 등 다양한 이유로 밥맛은 좌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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