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발자국 지우기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1톤! 전 세계적으로 최악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나서고 있지만 한국의 탄소배출은 계속 상승중이다. 그것도 세계 증가율에 3배 수준으로.

지구를 구하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가가 기업들의 민원을 들어주는 차원에서 결정한,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퍼센트 감축이라는 탄소 국가감축목표는 낯이 뜨뜻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안 하는데 왜 일개 개인인 내가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건 무책임한 태도다. 개인의 실천이 물결이 되면 국가와 산업계도 바뀔 수밖에 없다. 하루 빨리 탄소 제로 생활로 바꿔야 지구도 살고 우리도 산다. 당장 의식주에서 시작하자. 인간생활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 하지만 필요 없는 탄소도 상당히 많다. 지속가능한 의식주를 위해 불필요한 탄소를 지워보자


탄소를 벗자

정음은 옷장 정리를 하면서 한숨이 나온다. 

옷장 안에서 잠자고 있던 옷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싼 맛에 사놓고서는 몇 번 입지도 않고 처박아 둔 것들이다. 7000원 주고 산 티셔츠는 택도 떼지 않았다. 

잘 입지 않는 옷들을 옆으로 모아두니 한 무더기다. 

하지만 대부분이 유행을 타는 옷들이라 앞으로 

입을 일도 없을 것 같다. 그 벌수가 적지 않지만 싸게 주고

산 옷들이라 아깝지 않다. 정음은 쓰레기봉투에 옷들을 

우겨 넣는다. 

겨우 옷장 정리를 마친 정음은 이제는 입을 옷이 없어 

걱정이다. 저녁에 쇼핑을 갔다 올까, 

그냥 인터넷으로 살까를 두고 고민한다.    



일단 쇼핑을 멈추고 탄소 배출을 중단해라

미국 가이아 무브먼트에 따르면 1킬로그램의 옷을 만드는 데 화학물질 0.6킬로그램, 석유 1.3리터, 가스 0.2킬로그램, 전기에너지 1.5킬로와트, 물 187리터가 든다. 또 영국의 <ACT ON CO2>에 따르면 남자 흰색 티셔츠(L)는 650그램, 남자 검은색 후드티(M)는 2.2킬로그램, 여자 검은색 짚업(S)은 2.4킬로그램의 탄소발자국을 남긴다고 한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은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조사해 정장 1벌은 12.1~13.9킬로그램, 재킷은 6.5~7.7킬로그램을 배출한다는 라벨을 붙였었다. 

결국 싸다고 필요하지 않는 옷을 자주 사는 만큼 쓸데없는 탄소배출량만 더 느는 것이다. 더군다나 유행에 맞춰 신속하게 생산되는 ‘패스트 패션’은 싼 맛에 쉽고 사고 쉽게 버리는 탓에 옷의 생애주기가 짧아진다. 버려진 옷들은 대개 소각을 통해 처리되는데 값싼 합성섬유가 타면서 대기에 오염물질과 탄소를 배출한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쇼핑을 멈추고 탄소발자국에 태클을 걸어보자. 새 옷을 사는 대신 기존의 옷을 리폼한다면 탄소도 줄이고 개성 있는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직접 옷을 리폼하는 게 어렵다면 근처 수선집에 맡겨도 될 것이다.

 

라벨 꼼꼼히 따져 탄소발자국 줄이기

꼭 옷을 꼭 사야 되는 경우라면 라벨을 꼼꼼히 따져 탄소발자국을 줄여보자. 


탄소 중립적인 천연섬유 선택

유엔은 2009년을 ‘천연섬유’의 해로 정했다. 유엔에 따르면 천연섬유는 지속가능한 재료이다. 면, 마 등은 그 원료인 면화, 마 등 작물이 성장할 때 탄소를 흡수하며 폐기단계에서도 100퍼센트 생분해된다.

FAO에 따르면 황마 섬유 1톤을 생산할 때 드는 에너지는 합성섬유 1톤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의 10퍼센트에 불과하다. 

또한 포장이나 용기 또는 밧줄에 널리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은 1톤 생산 시 3톤의 탄소가 대기중에 배출되지만 마는 섬유 1톤당 2.4톤의 탄소를 흡수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에 유리섬유 대신 대마 등을 사용하면 무게가 가벼워져 연료소비와 탄소배출량,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       

천연섬유의 폐기물은 균류 및 박테리아의 활동을 통해 분해돼 토양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훌륭한 퇴비가 될 수 있다. 소각할 때도 그들의 생애 동안 흡수한 탄소양보다 적은 탄소를 배출하며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합성섬유는 매립지에 엄청난 중금속과 다른 첨가제를 토양과 지하수로 배출한다. 재활용하기 위해선 고도의 분리작업이 요구되며 고밀도폴리에틸렌의 경우 소각 시 오염물질과 1톤당 3톤의 탄소를 발생시킨다. 


유기농 면이나 공정무역을 입자

천연섬유라도 유기농소재로 된 옷을 선택해야 진정 탄소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면은 유전자조작과 과도한 농약 사용으로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옷감’이란 소리까지 듣고 있다. 생산지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대가가 돌아가지도 않는다. 의류업체와 소비자들이 값싼 의류를 팔고 사기 위해 인도 등 3세계 노동자들에게 그 부담을 떠안기고 있는 것이다. 

공정하게 생산된 옷을 선택하자. 페어트레이드 인증을 받은 옷을 구입하는 것은 생산자들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생산과정에서 생태계파괴를 줄이며 그 나라와 지역의 환경에 맞는 농법과 전통기술을 장려한다는 뜻에 동참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페어트레이드 인증을 받은 옷들이 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그루’를 통해 페어트레이드 인증을 받은 옷들을 구할 수 있다.  


입는 동안에도 탄소는 배출된다

드라이클리닝보다 물세탁이 환경피해는 물론 탄소배출이 적다. 드라이클리닝한 옷을 포장하는 비닐도 환경오염의 주범이거니와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화학세제는 암을 유발하고 생식 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물빨래를 할 경우에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1.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10킬로그램 드럼세탁기를 1시간 사용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4그램이며 같은 용량 일반 세탁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14그램이다. 이는 드럼세탁기의 전력소모량이 일반세탁기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일반세탁기는 드럼세탁기에 비해 물 사용량이 많은데 세제를 적게 쓰거나 친환경세제를 사용해 헹굼 횟수를 줄인다면 탄소배출을 더 줄일 수 있다.     

2.  빨래를 모아서 돌릴 것

3.  굳이 뜨거운 물로 세탁할 필요는 없다. 찬물로 돌려도 된다.   

4.  건조기 대신 빨랫줄에 널자. 탄소배출도 없고 돈도 절약될 것이다. 


내복 입고 이산화탄소 230킬로그램 지우기

실내에서 내복을 입는 것만으로 체감온도를 4~6도 높일 수 있다. 겨울에 실내 온도를 2도 정도 낮춘다면 도시가스나 기름보일러 유지비용을 4퍼센트 정도 아낄 수 있으며 매년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 230킬로그램을 줄일 수 있다. 500만 가구가 10월~3월 동안 난방온도 1도를 내리면 한 해 에너지 수입비용이 1200억 원이나 절약된다. 밖에 나갈 때는 목도리와 모자로 몸을 보호하자.  


청바지 돌려 입기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들에게 새 겨울 코트 대신 <아름다운가게> 등 중고 옷가게에서 옷을 사준다면 아이도 웃고 지갑도 웃고 지구도 웃을 것이다. 나에게 필요 없지만 아직 멀쩡한 옷들이 있다면 친한 이웃들이나 동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필요한 사람에게 준다면 덕도 쌓고 탄소도 줄일 수 있다. <아름다운가게> 등 시민단체에 기증할 수도 있다. <아름다운가게>가 81개월간 의류와 잡화를 재사용해 11만338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였다고 하니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글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일러스트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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