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도시농업 깊이보기 _ 김동주



나는 지난 3년간 텃밭을 가꾸어왔다. 학생이었을 때는 학생회관 옥상에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빗물을 모아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제주환경연합에 들어오고 난 후에는 사무실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조그맣게 고추와 콩들을 길렀다. 지난주엔 고추와 토마토 모종을 심었다.
내가 가꾸고 있는 옥상텃밭은 물론 도시농업의 한 종류이다. 도시농업을 정의하는 것은 학자에 따라 7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매우 많다. 행정구역상 도시에 포함되어 있는 농지에서 짓는 농사까지 포함시키기도 하고,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농촌으로 통근하면서 농사짓는 사람 또는 주말농장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도시농업의 여러 가지 이로운 점을 고려해볼 때, ‘도시 시가지 내에서 옥상, 자투리 땅 등의 유휴공한지를 활용하여, 도시 내의 여러 가지 자원들을 활용한 농업’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보통 도시를 걷다보면 자투리 땅에 채소 등을 키우는 조그만 텃밭을 볼 수 있다. 또한 단독주택의 옥상을 이용한 텃밭도 많이 있다. 내가 내린 정의에 따르면 이러한 것들이 대표적인 도시농업의 형태인 것이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바꾸는 혁명
도시농업은 여러 가지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민들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줄 기회라는 것이다. 도시농업을 통해 농사경험이 전무한 소비자들을 농업생산자로 탈바꿈시키는 것만큼 혁명적인 것은 없다. 일단 농사를 지어보면, 스스로 땅과 흙의 가치에 대해 온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흙 한 줌 구할 수 없는 도시에서 흙을 구하러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그 흙을 땀 흘리며 짊어지고 집 안뜰이나 옥상으로 옮기는 것부터가 땅으로 돌아가는 행위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도시농업은 식료품을 운송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자원순환형 사회로 가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 도시농업은 폐열을 이용할 수 있고, 넘쳐나는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어 쓸 수 있으며, 빗물 또는 하수를 재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도시농업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들도 있다. 우선은 농촌에 비해 오염이 심한 도시에서 생산하는 농작물의 안전성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와 수질오염이 텃밭에 끼치는 영향을 감안해서 농사를 지어야 할 것이다. 가능하면 대도로변 자투리 땅은 피하고, 오염된 하천의 물을 농업용수로 쓰기 전에 정화처리가 필요하다. 물론 빗물의 경우도 초기 30분 정도는 산성이 높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둘째로 웰빙 흐름에 휩쓸린 도시농업은 앞에서 제시한 중요한 기능을 거세시키는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주말농장도 도시농업의 한 종류이지만, 주말마다 농사지으러 자가용을 타고 가는 것은 에너지절약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시가지 내 옥상텃밭을 권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말농장 분양을 사업 삼아 하는 경우도 눈에 띄는데, 이것은 텃밭농사가 지니는 정신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농촌의 농민들은 평생 일해도 농가부채만 쌓이는 빚 농사를 짓고 있는데, 도시민들에게 조그만 텃밭을 빌려주며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농사꾼보다는 장사꾼의 잇속이 뻔히 드러나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유기농 텃밭을 가꾸는 마음은 농민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다.
셋째로 쿠바의 사례처럼, 아직까지 도시농업을 통해 채소류 자급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만약에 그렇게 되더라도 채소류 생산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농민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런 점에서 아직 초기상황인 도시농업이 농촌농업과의 연계를 생각하면서 거시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위와 같은 중요한 점들을 고려하고 텃밭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현 시대의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의 현실을 인식하고,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도시농업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귀농을 위한 연습과정이기도 하고, 식량대란에 대비하는 육체적·정신적 자세이기도 하다.



식량의 미래, 우리의 미래
쌀 빼고는 거의 전부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식량자급생산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농업정책에 우리의 생존을 내맡길 수는 없다. 이미 10여 년 전의 WTO협상에서부터 최근의 한미FTA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노골적으로 농업은 포기하고,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을 팔아먹으려는 시도를 해왔고, 성공적(?)으로 진행시켰다. 하지만 더는 이런 방식의 국가체제는 지속불가능하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인 세계식량대란 앞에서 농업의 식량생산기능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지난해 호주의 가뭄으로 인해 곡물생산량이 줄어든 상태이고, 전 세계 식량재고량도 최저치 57일에 도달한 상태이며, 지난 7년 중 6년 동안 세계곡물생산량은 소비량에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우리가 매우 많은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는 중국도 식량수입국으로 변한 상황이다.
여기에 덧붙여 바이오디젤 또는 바이오에탄올 등 식물로부터 연료를 얻는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연료용 작물 재배로 식량생산이 줄어드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농업생산의 변화를 언급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런 정도이니, 식량의 미래는 불을 보듯 훤하다. 그렇기 때문에 식량자급생산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고, 결국은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평생 물질과 농사일을 하셨던 한 할머니께서 “농사는 짓지 않아도, 농사짓는 방법은 알고 있어야 한다.”던 말씀을 가슴깊이 새겨야 하는 이유다.
도시농업을 통해 농사짓는 방법을 연습하여 식량대란의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비약일 수도 있지만, 최소한 텃밭농사를 짓는 사람은 농업포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고, 그것에 저항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민 모두가 텃밭을 갖자
이제는 도시민 모두가 스스로의 텃밭을 가져야 할 때이다. 아직 도시농업운동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위원회에서 ‘도시농부학교’나 ‘텃밭상자 나눠주기’ 등을 통해 확대·보급해 나가는 과정이다. 또한 몇몇 단체에서는 회원들과 함께 주말농장을 진행하고 있다. 텃밭농사의 활성화는 관심있는 개인들을 엮어서 모임을 만들고 함께 추진할 때 힘을 얻을 수 있다. 정보의 교류도 되고, 땅이나 흙을 구하거나 노동력을 얻기에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모임을 만들 수도 있다.
도시농업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자 한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단행본들이 여러 권 있다. 우선 설명이 필요 없는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요시다 타로 지음, 안철환 옮김, 들녘 펴냄)은 고전이라 할 수 있다. 『틈만 나면 텃밭으로 달려가는 도시농부들 이야기』(소나무, 2005)란 책도 도시농부학교 학생들이 겪은 체험담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정남구 한겨레기자가 쓴 『다섯 평의 기적』(리더스 북, 2005)은 주말농장의 사계절에 대해 쓴 것이라 단순히 텃밭뿐만 아니라 전원 예찬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원예치료를 전공한 분들이 쓴 『도시농업』(학지사, 2006)이라는 책이 있지만 황우석 박사의 추천의 글이 포함되어 있어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도시농업은 황우석 박사의 생명공학기술을 긍정하지 않는다. 더욱 최신의 전문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장동헌 박사의 학위논문인 「생태지향형 도시농업에 관한 연구」(전북대학교 대학원 농업경제학과, 2006년 8월)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사진 / 김동주 mzsinbi@gmail.com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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