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5] 풀·나무·동물/ 버림받은 동물들에 대한 사랑/ 최화연

버림받은 동물들에 대한 사랑



기쁨이, 망치, 스몰, 퀸, 프리, 알알, 이쁜 쇼쇼리… 이들은 다름아닌 ‘생명의 집’에서 보호
하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들. 찾아뵙겠다고 통화할 때도 야단스레 짖어대더니, 찾아간 날에
도 인기척이 나자 30여 마리 이 집 식구들이 달려나와 짖어댄다. 다리를 절룩이며 달려오는
강아지, 한번도 본 적 없는데도 다가와 안기는 강아지, 웬 손님인가 눈 동그랗게 쳐다보는
고양이.
이들이 이곳에 오게 된 사연은 그리 간단치 않다. 사고를 당했거나, 기르던 집에서 내쫓기거
나 키울 수 없게 되거나 보신탕집에 팔려가다가 구사일생으로 구제되어 맡겨지기도 한다.
수원, 오산, 평택, 서울 등 서울경기지역 뿐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흘러들어와 현재 생명의
집에서 보호하고 있는 동물만 해도 개 140여 마리, 고양이 1백여 마리가 넘는다.
‘생명의 집’은 지난 91년 동국대 이정덕 교수(아동심리)가 7년간 기르던 강아지를 다른
사람에게 잠시 맡겼다가 도살꾼에게 죽임을 당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어찌 할 바를 모르
던 이 교수는 평소 친분이 있던 법정스님에게 편지를 보냈다. 스님의 답장에 씌여진 ‘업이
달라 모습이 다를 뿐 생명의 뿌리는 같습니다’라는 글귀에 감화된 이 교수는 아파트단지
뒤 야산의 떠돌이 개 ‘검둥이’에게 사람들의 눈을 피해 먹이를 주기 시작하는 등 주변의
동물들을 거두기 시작했다. 동물보호소도 별다르게 없던 지난 92년, 집 전화번호를 모 동물
보호단체 이름으로 등록해놓고 있던 터에 이 교수는 고양이 ‘미옥이’를 맡기고 해외로 떠
나려는 양정원씨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하루에 한번 양씨의 얼굴을 못 보면 먹지도 않고
시름시름 아픈 미옥이를 보러 양씨가 자주 들르다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해
‘생명의 집’이 시작되었다.
경기도 용인군 남사면 봉명4리 애견마을로 유명한 이 지역의 야산에 자리한 ‘생명의 집’
에서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한데 어울려 산다. 이곳에 들어오는 동물들은 대부분 정서가 불
안하고 건강치 못한 경우가 많은데 3일 정도면 이곳에 적응한다고 한다. 이곳의 동물들은
모두 똑같은 식사와 보살핌을 받는다.
‘생명의 집’을 혼자 맡아 돌보고 있는 양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30분 동안 성경을 읽고
기도수첩에 기록된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한 다음, 6시 10분부터 동물들에게 줄 먹이를 준
비하기 시작한다. 7시부터 아픈 고양이를 돌보고 11시경부터 동물들에게 밥을 준다. 이틀에
한번씩 버스를 타고 오산에 나가 동물들에게 줄 양식을 가지고 오는데 오산 ‘씨마트’ 정
육부의 천주교 신자 한 분과 불교신자인 ‘보신정육점’ 주인장은 고기를 손질하고 남은 부
산물을 8년 동안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동물들을 돌보다보면 오
후가 훌쩍 가버린다는 양씨는 매일같이 일지에 날씨 및 온도, 관찰 기록을 적는 등 철저한
보살핌을 아끼지 않는다.
양씨는 ‘며칠 전에 안성에서 복슬개 한 마리가 들어왔는데 너무나 처참한 모습이었다. 털
이 길게 자라는 종이었는데도 오랫 동안 털을 깎아주지 않아 자기 덩치만큼의 털을 이고 있
었고, 그 털에 온갖 더러운 것들이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개를 1시간 30분 동안 털을 깎고 씻기고 했단다. 양씨는 ‘보상받지 않는 일이기 때문
에 이 일을 한다. 이 일을 통해서 겸손을 배웠다’고 말한다.
‘생명의 집’은 별다른 후원을 받아본 일이 거의 없고 오로지 이 교수의 사재로 9년여간
운영되어 왔다. 이 교수는 ‘힘에 부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
다’라며 ‘이젠 이런 일에 사회가 동참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만이 동물을 보살피는 건 아니다. 동물이 사람에게 건강과 평안을 줄 수도 있다. 이 교
수가 생명의 집을 통해 진정 이루고 싶은 일은 바로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외국의 경우 주말에 동물농장을 찾아 아이들이 먹이도 주고 함께 놀면서 동물
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외로움, 소외감, 애정 결핍 등에서
야기되는 정서불안이나 특히 어린이의 장애행동 치료에 활용되는 ‘동물치료(Companion
Therapy)’를 실현해보고 싶은 것도 생명의 집의 작은 바램이다’라고 밝힌다.

최화연 기자 choihy@kfem.or.kr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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