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 3월부터 식품에 유전자조작 표시/ 최준호

3월부터 식품에 유전자조작 표시

2001년 3월 서울시내 한 백화점 농산물 코너. 잡곡밥에 쓸 대두 콩을 사기 위해서 집을 나선 초
보주부 김미현(29세)씨는 전에 보지 못했던 표시를 발견하고 한 동안 머뭇거렸다. “유전자가 조
작된 콩? 이게 뭐지?” 농산물을 고를 때 가격과 원산지 표시를 꼼꼼히 보고 고르던 김미현씨도
난생처음 보는 ‘유전자 조작된 콩’이라는 표시에 어떤 콩을 사야 하는지 당황해 하면서 발길
을 콩나물 매장으로 옮겼다. “여기도 유전자 조작이라는 표시가 되어있네!” 김미현 주부는 어
제만 하더라도 없었던 표시들이 갑자기 콩과 콩나물, 옥수수에 표시된 것에 뭔가 중요한 것을 모
르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생명체 조작은 생명 자체에 위협
99년 국내산 두부에 유전자조작 콩이 사용됐다는 연구발표 이후 GMO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극
대화되었다. 결국 정부로부터 ‘유전자조작 농산물·식품 표시제’ 시행이라는 정책결정을 이끌
어냈고, 바로 2001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아직도 국내외에서 유전자조작 농작물과 식품이
인체에 위험한가, 안전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지만 국내외 NGO들은 한 목소리로 유전자조작
된 생명체에 의한 생태계 혼란과 생명위협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혼란스런 와중에서 소비자들에
게 가장 기본적인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유전자조작 농산물·식품 표
시제’가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가까운 일본 역시 2001년 4월부터 유전자조작 식품과 농산물에
표시제를 시행하게 될 예정이다(한·일 양국의 표시제 대상품목과 범위는 아래 표를 참조).

유전자조작 표시가 시행될 식품과 농산물


벌써 국내산 종자에 유전자 오염
하지만 이러한 표시제가 올바르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하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
선 현재 시행중인 원산지 표시제가 정확하게 지켜져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조작된
작물이 재배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가 농작물을 주로 수입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서도 상당
한 양의 유전자조작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또한 국내 표시제에는 대상 품목에서 제외되었지만,
유채와 면화 역시 유전자조작된 작물이 국내에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검사방법이 개발되어 표시
제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철저한 원산지 표시제를 통해서 유전자조작이 의심되는 지역의 유채와
면화는 소비자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콩과 옥수수를 제외한 다른 작물의 유전자조작 여부를 가려낼 기술이 갖추어지지 않
아 표시대상에 포함시키지 못한다면, 검사방법이 개발될 때까지는 유전자조작이 의심되는 지역
의 작물에 대해서 수입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국내에서 유전자조작된 작물의 상업적인
재배도 전면 금지시켜야 한다.
벌써 국내산 종자의 유전자오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올해 1월 고려대학교 생명공학원 박원
목 교수팀은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콩의 잎을 따다가 유전자조작 여부를 실험
해 본 결과 0.33%가 유전자조작된 콩으로 밝혀졌다. 아직까지는 수입산 종자를 사용하고 있지 않
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이와 같은 실험결과는 국내 농가에서 수입산 사료용·식용 콩을
종자용으로 전용하여 밭에 심었고, 그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국내산 종자의 유전자가 오염이 된
상태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
표시제를 올바르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각 식품과 작물의 GMO 여부를 조사하고 인증할 수 있는 국
가공인 인증법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이다. 우리보다 먼저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영국
은 영국 내 법률연구소와 미국의 제네틱 ID사가 각 식품 및 농산물에 대한 과학적·사회적 검증
을 거쳐서 CERT ID라는 인증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일본 역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
는 것으로 알려져 CERT ID 방식이 국제적인 인증법이 될 수 있다. 이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아직
국내 공인 검사기법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검사과정에 시민단체 및 시민의 참여와 정보공개 등
이 보장되어 있지 못한 상태이다.
시민들의 힘으로 얻어낸 ‘유전자조작 식품·농산품 표시제’를 통해서 우리 국민들은 표시된 유
전자조작 식품을 먹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유전자조작된 원료를 사용하는
식품업체의 제품을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면, 기업들은 유럽에서처럼 앞다투어 ‘GMO-free’를 선
언할 것이고 그러한 기업이 늘어난다면 기업들에게 원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유전자가 조작되
지 않은 원료를 수입하거나, 유전자가 조작되지 않은 국산 원료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밀려오는 유전자조작 농산물과 식품의 파고가 아무리 거세다 하더라도, 안
전한 먹거리를 바라는 시민들의 한결같은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최준호 choijh@kfem.or.kr
환경운동연합 생명안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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