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10] 안전한 먹거리를 식탁에 올린다

안전한 먹거리를 식탁에 올린다
황숙희/본지기자


얼마전 시중에서 판매되는 골뱅이, 번데기 등의 통조림에 사체 부패방지에 사용
되는 유독성 물질인 포르말린이 방부처리 첨가제로 쓰인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준 일이 있었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는 우리가 가장 즐겨 먹는 채소인 상
추나 깻잎, 시금치 등에 기준치의 수백배를 넘는 농약이 들어있는 것으로 조사돼
사람들을 또 한번 불안하게 했다. 문제는 시장에서 사 먹는 채소류에만 있는 게
아니라 각종 수입 식품에서도 농약 성분이 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일은 수입
할 때 농약 잔류 검사를 받지만 이것을 가공한 농축액은 검사를 받지 않아 많은
과실음료를 수입 농축액으로 쓰고 있는 우리 실정에서 수입음료에 대한 안전 장
치는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이렇듯 무엇하나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먹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었고 이것은 불안감을 넘어 먹거리에 대한 공포감마저 갖게
했는데 그것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환경호르몬의 인체에 끼치는 영향 때문이
었다. 이러한 유해물질들은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특히 호르몬 계통에 교
란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은 생식기능을 저하시키고 성장 장애, 기형까지 초래한
다고 해 공포감을 극에 달하게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화학 첨가물이나 농약이 가미되지 않는 청정 먹거리에 관심
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들어 도시농촌 직거래로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생활
공동체나, 생활협동조합에 가입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다. 이
것은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 농법으로 재배된 농산물을 산지에서 직접 가져와 회
원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가톨릭농민운동을 이끌어온 박재일
씨를 중심으로 86년 설립된 한살림은 도농간 이런 생활공동체운동을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곳 중에 하나이다. 서울지역에서만 1만5천여 가구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이곳은 최근 들어 환경호르몬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회원 증가수가 늘어
한 달 평균 1백여명 정도 신규회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또 경실련과 크리스챤 영농인들의 모임인 정농회가 함께 만든 경실련·정농생활
협동조합도 환경오염으로 위협받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유기농산물을 전문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곳이다. 90년에 만들어진 이곳은 전국적으로 5백여 생산자가 참여
하고 있고 조합원 수도 2천2백여명에 이른다. 가락동에 위치한 이곳은 최근 무공
해 농산물 유통 활성화로 새로운 먹거리문화를 만들어가는 가는 또다른 곳이다.
한살림과 경실련·정농회생협 외에도 여성민우회생협, 성남주민생협, 안양바른생
협, 부천YMCA생협, 카톨릭한마음공동체,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등 전국에 이러
한 곳은 1백40여개가 있고 조합원만 해도 12만가구가 넘는다.
80년대 후반 농약과 공해에서 벗어나 유기농산물 등 안전한 먹거리 등 소비문제
와, 여건이 되면 탁아, 교육, 환경 등 여타의 생활문제도 공동으로 해결하자는 것
이 생활·소비공동체의 특징인데, 먹는 것에 대한 요즘의 불안감을 반영하듯 어
느때보다 관심이 높다. 산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한 믿음, 특히 환경호르몬
공포에 따라 농약과 화학첨가물이 가미되지 않은 유기농산물에 대한 믿음과 기대
가 남달라졌다는 말이다.
“유기농산물을 먹는 것은 돈 있는 사람이 까다롭게 구는 것이 아니라 농민과 이
땅을 살리는 일이다.”
한살림 서형숙 부회장의 말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청정 농산물인 유기농산
물을 찾는 것은 자신들의 건강을 위해서겠지만 결국 이 땅의 건강한 생명도 살리
는 길이 된다는 것이다.
수입과정에서 안전장치가 없는 원액주스의 경우도 국내에서 재배돼 생산되는 것
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 때 무슨 무슨 농장시리즈로 주스를 내놓은 A사의 경우,
좀 비싸기는 하지만 국내 산지 표시와 청정에 대한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믿음을
줘 큰 히트를 친 적이 있다. 특히 유기농법에 의해 재배되는 과일을 원료로 원액
주스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IMF에도 불구하고 요즘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직영농장에서 유기농법으로 오렌지나 당근, 토마토를 재배해 주스원액을 만
드는 B사의 경우 평균매출이 40%가량 증가했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공포가 확
산되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유기농 주스에 대한 문의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밝혔다. 농협중앙회의 통신판매에서
도 유기농 재배나 안전 먹거리로 한번 알려지면 주문량이 빗발친다.
정부에서도 환경을 보존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유기농 등 환경보전형 농가에
보조금을 주는 ‘환경농업 직접지불제도’를 도입할 예정에 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어느새 우리의 식탁은 위협받고 있다. 환경호르몬의 공포는
작게는 우리 식탁을 안전한 먹거리로 지키고 크게는 이 땅의 생명을 지키게 하는
계기가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 영향과 위해가 가해
져야만 깨닫는 뒤늦음이 있다.
“그 전에는 비싸기도 하고 뭐 특별난 게 있나 싶어 유기농산물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환경호르몬인가 뭔가 때문에 나오면 뭘 사야될지 모르
겠더라구요. 농약 안들어간 유기농산물이 있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그나
마 있다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지더라구요.”
수퍼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의 말은 우리 먹거리 문화의 변화를 예고한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13)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