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12] 특집/독일 원전폐쇄와 한국의 미래(3)

특집·독일 원전폐쇄와 한국의 미래

원전의 세계적인 추세와 우리나라의 전망

정인환/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


원자력발전소(원전)는 1997년말 현재 세계적으로 4백29기(총용량 3만5천4백70만
kW)가 존재하고 있으며, 건설중인 원전은 43기(총용량 3천5백26만 kW)에 달하고
있다. 또한 계약중인 원전도 51기(총용량 3천9백17만 kW)에 달한다. 가까운 장래에
원전은 5백23기(총용량 4만3천9백13만 kW)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랑스를 제외한 북미 및 서유럽의 선발 원전국들은 더 이상의 핵에너지개
발을 포기하고 있는 상태이다. 다만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국들과 우크라이나 등 일
부 국가들만이 계속적인 핵에너지 개발을 표방하고 있다.
앞으로 증가하는 핵에너지설비는 대부분 후발 원전국들에 의하여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선발 원전국들의 자국내 시장에서의 입지가 더이상 확보되지 못하
자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후발 원
전국들의 경제성장에 따른 전력수요의 급속한 신장, 또는 그러한 예측과 맞물려 원
전산업의 성장속도도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발 원전국들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과 후발 원전국들의 자국내 산업시
설 확충에 필요한 전력의 대부분은 핵발전을 통하여 충당하려는 상호이해관계는 앞
으로 많은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이 결코 경제적으로 값싼 에너
지원이 아니라는 사실, 선진 원전국들에서 확인된 것처럼 원전의 지구환경변화에
대한 억제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환경적인 요인, 환경단체 및 핵폐기물 처리
시설을 포함한 발전소 입지 인근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활동 등이 결합하여 각국의
원전개발주체의 예상처럼 원전의 급속한 신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애물단지가 된 원전
핵발전은 과연 경제적일까? 일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의 건설비용이 연
평균 81.07원/kW인데 반해 핵발전소는 연평균 1백57.46원/kW이다. 원전의 건설비
용이 월등하게 비싸다는 얘기이다. 물론 발전단가는 핵발전소가 32.15원/kW로
36.72원/kW인 화력발전소 보다는 조금 싼 편이지만 이런 차이로 원전의 경제성이
월등하다고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특히 발전단가는 선발 원전국이 우리나라의 경우보다 월등히 비싼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이들 국가가 원전에 각종 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여야 하고 안전
운전을 위하여 운전중지 및 점검을 자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앞으
로 이같은 요구가 크게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 그렇게 될 경우 발전단가는 점점 높
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전의 건설비용도 더욱 비싸질 것이며, 따라서 원전은
더이상 ‘경제성 높은 매력적인 발전원’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부담만
안겨주는 짐이 될 것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원전을 청정에너지라 부르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
고 있다. 건설을 위한 토목공사, 시설물의 생산, 발전소 건설 후 연료의 재처리공정
등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과정을 통하여 발전이 가능하므로 총체적으로 보
았을 때 화석연료발전 다음으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원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전개발의 근본적인 장애요인을 경제적, 환경적 및 사회적 제 측면에서 뿐만 아니
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 현재 폐쇄결정이
난 여러개의 원전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선진국들인 이들 나라에서조차도 아직
확실한 해체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해체비용과 시간 등에 있어서도 애초에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부담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유럽 제 국가에서 원전
을 폐쇄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이미 대개 노후화된 원전이 폐쇄대상이며, 역시 폐
쇄에 따른 총기회비용의 손실보다는 폐쇄비용 및 안전한 폐쇄기술의 확보가 현실적
인 부담으로 남아 있다.
원전은 기술적, 경제적 및 환경적 손익을 검증한 후에 개발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
다. 제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끌었던 미국의 핵폭탄 개발 이후, 많은
과학자 및 기술관료 그리고 당시 대규모로 이루어진 설비투자의 향배를 놓고 고민
하던 중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대안이 바로 원전이다. 당시 원전의 주창자들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싼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절된 핵융합을 이용하
여 인류의 무한한 발전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꿈에 부풀었던 것이다.
이 대안적 모색에 의하여 많은 과학자들은 원전전문가가 되었고, 미국 전역에서 반
사이익을 누리며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게 되었다. 이들은 현재까지 원자력발전의
주창자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원전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무한한 인류의 개발
의 꿈을 실현해줄 수 있는 값싼 에너지원이 아니었다. 오히려 값비싸고 반영구적인
핵폐기물이라는 오염원을 배설해 놓고 있는 역사적 오점으로 남게 된 것이다.

편익과 사회적 비용의 불균형
이와 같이 경제적, 환경적, 기술적, 사회적으로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지 못
하고 소수의 기술관료에 의하여 추진된 원전은 아직까지도 후발 원전국들에게는 환
상적 에너지체계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것은 선진 원전국들에 의하여 더욱 심화,
조장되고 있다. 이는 후발 원전국들에게 뿐만 아니라 현재의 여타 비원전국들과 앞
으로 핵폐기물 유산을 물려받게 될 전세계의 후손들에게도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비용으로 남게 될 것이다.
작은 발전단가의 차이에 의해 전세계에서 일부가 누리고 있는 원전혜택은 앞으로
짊어져야 할 우리 또는 우리 후손의 제비용에 비하면 극히 작은 편익이라 하겠다.
이에 ‘발전의 지속성’에 대한 전세계적 성찰이 필요할 때이며 화석연료 및 원전
을 포함하는 현재까지의 에너지체계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어야 시점이다. 특히 현
재 미진하나마 서서히 싹트기 시작하는 일부 대체에너지와 에너지절약 및 효율성
제고가 좀더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이것은 대규모적인 정책지원 및 사회
운동을 통하여 현실적인 대안으로 구체화할 것이다. 필자 또한 이와같은 사회변혁
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
짧은 원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원전이 12기나 건설되었다. 그리고 원
전이 우리나라 전력의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정부에서 그동안 천문학적
인 재정지원과 현재도 끊이지 않고 있는 한전에 대한 각종 세제 및 정책적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대체에너지와 에너지의 효율성 제고 및 절약정책은 정부가 앞장서면 가시적인 효과
를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원전으로부터 해방된 한전을, 원전으로부터 해방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첫출발일 것이다.
이미 사양화되어가는 핵발전, 그리고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의 끝을 잡고 매달려가
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체계가 아니라, ‘에너지혁명’을 통하여 새로운 에너지체계
로의 전환을 꿈꾸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신선하고 가슴 뿌듯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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