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6]일회용품 사용금지 후 3개월

일회용품 사용금지 후 3개월
황숙희/본지기자



연간 발생하는 생활폐기물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이 일회용품이다. 수천만달러의
외화를 들여 일회용품을 수입하고 있고 그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을 수거하고 처리하는 비용만 해도 연간 수백억원이 넘는다. 단지
‘편하다’는 그 이유로 아무 거리낌 없이 쓰고 버리는 것이 바로 일회용품이다.
지난 2월 22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1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지 3개월이 지났다. 일반 시민들은 수퍼나 백화점에서 무엇을
사면서 ‘아차’할 때가 많아졌고 그래서 그런 경험을 몇 번 하다보면 쇼핑비닐을
한 두 개씩 들고 다니거나 아예 접어서 다니는 장바구니를 상비하고 다니는 사람들
이 늘고 있다.
처음에는 시행시기와 실효성을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소비자나 유통업체가 불편
함에 볼멘소리를 하고 일회용 제조업체의 반발이 커 일회용품 사용금지가 일회용으
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막
는다는 데 폭넓은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시민들의 쇼
핑, 소비문화를 크게 바꾸고 있어 초기의 미흡한 점들이 보완되면서 차츰 자리를 잡
아나가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규제의 지난 3개월 간의 성과와 개선할 점들을 짚어본
다.

47%가 장바구니 들고 다녀
시장, 수퍼마켓, 백화점 등 이젠 어디를 가도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건을 사면 의례 공짜로 받았던 비닐봉지나 쇼핑백을 이제는 돈을 주
고 사던가 아니면 늘 상비하고 다녀야 한다. 일회용품 규제 초기만 해도 업소 곳곳
에서는 봉투를 그냥 달라는 사람과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직원들 간의 실랑이가 심
심찮게 눈에 띄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만난 직장을 다닌다는 주부 남애경 씨(35세)는 “아무 생각없이 퇴근
하면서 쇼핑하니까 봉투를 돈 주고 사기를 여러번 하다가 이제는 핸드백에 작게 접
어지는 장바구니를 넣고 다닌”다고 했다. 처음에는 귀찮게 여겨졌지만 익숙해지니
까 오히려 쇼핑하고 나면 잔뜩 쌓이는 비닐봉지 처리에 신경 안 써서 좋다고 했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서울 경기지역에 사는 주부 6백86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19
부터 25일까지 의식조사를 한 결과 87%의 주부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일회용품 사용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냐는
질문에는 47%가 그렇다고 대답해 시행한 지 한달이 채 안 된 시점인데도 높은 참여
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감소를 우려해 처음에는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실시한 유통업체의 쇼핑봉투 유
상판매는 전체 봉투 사용량을 절반 이상으로 떨어뜨렸다.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조사에 의하면 전국 대형유통업체 1백70곳 가운데 65%인 1백12개
업소가 쇼핑봉투를 유료화했다. 3월 15일부터 백화점 등이 일제히 쇼핑봉투 유상판
매에 들어간 서울 지역은 81%, 이미 97년부터 쇼핑봉투 유상판매에 들어간 업체가
있는 광주는 92%라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와 반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이렇
게 주부들의 장바구니에 대한 관심이 늘자 지난 4월에는 한 달 동안 서울의 시청역
지하보도 만남의 광장에서 서울 YMCA와 서울시 주체로 장바구니 전시회가 열렸다.
장바구니 패션쇼와 시민이 선정한 우수 장바구니 발표, 녹색가게가 추천하는 장바구
니의 전시, 판매, 그리고 외국의 장바구니 등 2백40여점의 다양한 장바구니가 전시되
기도 했다.

수거된 쇼핑봉투 4∼5억원
그러나 쇼핑봉투 유상판매는 소비자가 봉투를 사용할 때 부담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데, 비닐봉투 제작원가에도 못미치는 싼 가격을
내건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원 정도로는 실질적인 가격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의 정도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규제에 따
라 유통업체가 마지 못해 흉내만 내 실질적인 일회용품 줄이기에 별 도움이 안된다
는 것이다. 일례로 보증금액을 50원으로 책정한 광주의 빅마트는 봉투의 절감비율이
96%에 이르고 있으나 보증금액을 20원으로 하고 있는 서울 E마트는 59%의 절감효
과만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유통업체의 보증금액 20
원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판매금액과 더불어 쇼핑봉투 유료판매로 절감된 금액이 소비자들에게 전
혀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잠실의 한 백화점에서 만난 이민
화(45세) 씨는 “20원이라는 돈보다는 환경보호라는 취지에 공감해 많은 사람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불편을 감수합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생필품 가격이 싸졌
다거나 하는 게 전혀 없잖아요. 남편도 요즘엔 목용탕에서 칫솔이나 샴푸를 주지 않
는다고 하는데 그런 만큼 목욕비가 내린 것도 아니”라면서 소비자가 참는 불편만큼
업체들도 노력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쓰레기 봉투
제작비 감소로 얻게 되는 이익금은 대략 월평균 1천만원에서 8천만원에 달하는데 이
에 대한 구체적 사용계획은 없는 상태이다.
문제점은 또 있다. 업체는 현재 봉투의 유상판매와 더불어 되가져오면 환불해주기도
한다고 하는데 소비자가 쉽게 환불할 수 없도록 해놓았다. 교환하는 장소가 계산대
에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구석진 곳에 따로 마련되어 있어 교환하려면 물어
물어 한참을 가야 한다. 또 신세계나 롯데의 경우 환불할 때 영수증을 제시하도록
해 봉투를 가져왔던 사람들이 아예 교환을 포기하기도 한다.
현재 업체가 시행하는 유상판매제는 환불제와 중고봉투 판매없이 무조간 봉투만 판
매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리고 회수된 쇼핑백도 재활용되지 않고 전량 폐기처분하
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YWCA는 일회용품 사용규제 한달 뒤 서울시내 백화점 18
곳을 대상으로 비닐봉투 유상판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이 가져와 환불한
비닐봉투를 재사용하는 곳은 신세계 천호점과 현대 무역센터점 2곳뿐이었으며 나머
지 16개점은 모두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YWCA 관계자는 “비닐봉
투 판매와 폐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일회용품을 줄인다는 취지에 맞게 중고 비닐봉
투의 재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제도가 시행된 3월 15
일부터 28일까지 수거된 일회용 쇼핑백과 비닐봉투는 판매량의 20% 정도. 전국적으
로 1천만장이 넘고, 금액은 4억∼5억원에 이른다.
대규모 유통업체는 그래도 쇼핑봉투 유료판매로 1회용 사용금지 시책에 적응하는 한
편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주택가의 수퍼나 구멍가게 등에서는 이전과 다름없
이 대부분 무료로 비닐봉투를 주고 있는 실정이다.

줄어들지 않는 패스트푸드점의 일회용품 사용
이런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
회용 봉투 줄이기는 그나마 구체적 성과를 보이고 있고 정착되어가는 중이지만, 도
시락업체 및 패스트푸드점에서의 일회용품 사용규제가 문제다.
쓰시협 「일회용품 시민감시단」이 지난 4월 8일에서 14일 동안 서울 23개 구의 도
시락업체, 김밥전문점 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회용 합성수지 용기를 여전히
사용하는 업소가 85.5%인 82개나 되었다. 업소들은 일회용 합성수지 용기가 사용규
제 대상인지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조사대상 96개 중 36개 업소만
해당 관청의 단속을 받았고 나머지 60개 업소는 전혀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것
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 정도가 환경호르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불안을 느끼
고 있고 환경호르몬 가능성이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66.6%라고 갤럽 조사에서 나왔는데, 도시락업체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합성
수지 용기는 컵라면 용기와 함께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유발 가능성이 있는 제품이
다. 그래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일회용품 사용규제 시책에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느슨한 단속의 손길을 피해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락업체가 환경호르몬 위험성이 있는 합성수지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지 않는 데
는 나무용기로 교체하는 비용 때문이다. 기존 용기의 1.5배의 비용이 들어 도시락업
체의 참여율은 15%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2백64개의 도시락용기업체를 포함
해 3천7백81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렸고 22개 업체는 3개월 내 시정하지 않을 시
과태료처분 하겠다고 통고했다.
패스트푸드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되는 일회용품은 컵이
73%로 가장 많았고 용기 53%, 수저 45%로 순으로 규제 전과 다름없이 다량으로 사
용되고 있었다. 패스트푸드점이 일회용품을 사용할 경우는 재활용률이 90%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철저한 분리수거가 전제되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패
스트푸드점은 각 품목별 분리수거함 설치가 미비하여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고 이렇게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것은 실질적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풀어야 할 숙제
발족한 초기부터 일회용품 문제를 가장 중심적으로 삼아온 쓰시협은 일회용 사용규
제정책이 많은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양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일회용품 시민감시단을 꾸려 1, 2차에 걸친 실태조사와 감시를 통해 보면 일상적으
로 사용해왔던 쇼핑봉투 사용이 현격히 줄었고 또 사회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문제점들에 대한 보완과 개선책들이 많이 남겨져 있다.
현재 쇼핑봉투 금액은 소비자들의 일회용 봉투 사용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액수가 안
되기 때문에 봉투 제작원가와 보증금제에 따른 인건비, 관리비를 고려한 실질 금액
이 돼야 한다. 그리고 썼던 봉투에 대한 재활용 방안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령 새
봉투를 50원이라고 한다면 중고 봉투는 20원에 판매하고 되가져오면 새것이나 중고
나 상관 없이 50원을 환불해 주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쇼핑봉투 유료화로 절감된 유통업체의 이익금은 소비자가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만큼 전액 사회에 환원하거나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생필품 가격인하나 결식아동돕기, 환경기금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봉투를 무상제공하는 중대형유통업체나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고발
조처하거나 불매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지난 3월 18일에서 26일까지 일회용 시민감
시단은 봉투무상제공 업체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규제 이후 여전히 일회용품 사용이 줄지 않고 있는 패스트푸드점이나 도시락업체 등
의 경우는 90% 재활용을 전제로 한 일회용품 사용보다는 다회용품을 쓰도록 유도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일회용품 사용금지 시행규칙 개정안의 강화를 촉구할 수 있다. 현재 규제 대
상에서 제외돼 있는 서점과 약국의 봉투 무상제공 규제 및 패스트푸드점의 일회용품
전면규제 등이 있을 수 있다. 이외에도 관리감독을 맞고 있는 지자체의 감시 강화와
실태조사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소비자,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업체의 노력, 관리하는 지자체의
성실함과 정부의 현실적인 정책 시행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일회용품이 이 땅
에 있을 날도 머지 않을 것이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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