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10] 엄마들이 바꾸는 세상 / 황숙희

엄마들이 바꾸어가는 세상
황숙희/본지기자

지난 여름 분당 삼성플라자 입구에는 주부들이 모여 있었다. 먼저 그들이 들어간 곳은 지하
식품매장. 일회용 용기에 음식이 많이 담겨진 간편식 코너를 들러 음식이 담긴 용기와 포장
지를 꼼꼼히 살펴 본다. 간편식 코너에서 쓰는 포장용기가 아직도 스티로폼인지 아니면 종
이포장재로 교체가 되었는지를 점검한다. 이날 조사가 이뤄진 삼성프라자는 많은 곳에서 종
이용기로 대체됐다. 매장 곳곳을 이런저런 사항들을 꼼꼼히 적으면서 한바퀴 돌고나면 계산
대 앞에서 시민들의 장바구니 이용실태와 비닐봉지 사용실태를 살펴본다. 이곳은 장바구니
를 가져오는 주부들에게 쿠폰도장을 찍어줘 10개가 되면 티슈나 크린장갑 등을 나눠주는데
주부들이 그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물어본다.
이들이 조사를 끝내고 맨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해당업체 담당자를 만나는 일이다. 담당자는
그간에 이루어졌던 일회용 봉투 사용현황과 그에 따른 수익금 등에 대한 자료를 넘겨주며
해당 매장의 상황을 보고한다.
“종이용기로의 대체가 다른 매장에 비해서 가장 잘 되고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 대
체해도 될 용기들이 버젓이 진열돼 있는 게 많아요.”
“식육점 코너에 고기를 포장하는데 비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쓰고 있어요. 몇번만 싸도
되는데도 말이예요.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는데 시정이 안되고 있네요.”
삼성프라자 홍보담당자 고성건 씨는 당장 식품 담당자를 불러 상황을 파악토록 지시한다.
“원산지 표시와 유전자조작식품 표기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나요?”
담당자와 마주 앉자 여기저기서 조사를 끝내고 온 지킴이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진다.
이렇게 그날 이루어졌던 점검사항을 얘기하며 개선해야 될 점과 잘 되고 있는 점 등을 얘기
하고 시정을 요구하면서 하루 일을 끝낸다.

봄부터 여름까지 주부환경지킴이들은 이런 식으로 백화점과 유통업체를 돌며 일회용품 사용
실태를 감시했다. 지난 2월 22일 일회용품 사용금지 이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유통업
체의 노력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두드러지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변화에 숨은 공로자들이
있다면 바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일회용 금지정책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감시운동을 벌여
온 주부환경지킴이들이다.
“생활의 구체적인 현장에 있는 주부들이 나서서 이런 운동을 한다는 것이 의미있는 일 아
니에요? 정책이야 정부나 전문가들이 내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실행과정이나 실천들은 주부
들이 더 잘 챙겨볼 수 있어요. 조목조목 따져보고 뭐가 부족하고 개선해야 할지를 생활에서
느끼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일에 큰 보람과 의미를 가지며 한다는 문수정 씨.
19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일회용 사용금지가 시행되기 전인 2월 20일부터 서울시내 백화점과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일회용 사용실태 조사를 시작했다. 구마다 나눠서 15곳 정도를 사전
조사하고 시행초기단계에서는 일주일에 2-3번씩 집중조사를 벌였다. 이들 결과를 수시로 발
표해 시행이 잘 이뤄지지 않는 곳은 개선을 촉구하거나 불매운동을 벌이고 잘 되고 있는 곳
은 모범으로 세워 다른 업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한 예로 분당 삼성프라자 같은
경우는 쿠폰제를 도입해 일회용 봉투는 물론 스티로폼 일회용 용기를 종이용기로 교체하는
것에도 가장 모범적으로 잘 하고 있는 곳으로 조사됐다. 반면 뉴코아 백화점은 가장 잘 안
되고 있는 곳 중에 하나로 나왔다.

지난 1월 준비모임을 가지고 2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이들이 현재 벌이고 있는 것
은 쓰레기해결을위한 시민운동협의회에서 따낸 1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
회용품 사용금지 이후 사용실태조사와 대시민교육, 그리고 캠페인 사업으로 이뤄져 있다. 그
래서 백화점이나 지역모임, 부녀회 등에서 강연과 교육을 동시에 병행하고 또 캠페인을 계
획해 수시로 시내 곳곳에서 벌이고 있다.
이들 구성원들을 보면 이력들도 다채롭다. 가장 왕성하고 의욕적으로 일하는 지킴이 중 한
사람인 구희숙 씨는 환경연합 전신인 공해추방운동연합 시절 여성위원장으로 일했었고 지금
은 환경연합 지도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지역운동에 잔뼈가 굵은 문수정 씨는 구로구 1, 2대
구의원, 녹원 생협운동을 했었고 지금은 구로구 YMCA 녹색가게를 운영하는 책임자이다.
작년 시민환경정보센터에서 자원봉사로 일한 것이 인연이 돼 결합한 홍정순 씨는 작년말 환
경연합이 시상한 환경인상을 받기도 했다. 평범하게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뭔가 환경에, 우
리 삶에 도움이 될 일이 없을까하고 찾아온 유혜영 씨도 있다. 이외에도 지역운동을 하다
들어온 윤길현 씨, 여성운동을 했던 강갑수 씨, 환경연합 간사였던 손미경 씨 김영란 씨 등
대단한 이력을 지녔든 평범한 주부든 모두 환경을 지키고 지구를 살리는 일에 대한 희망과
의욕에 차 있다.
지난 달에는 엠티를 하며 상반기 활동평가와 하반기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일회용품 사용 감시외에도 유전자조작식품 표기여부, 포장 받침으
로 쓰는 트레이 사용의 제한 등 감시 품목을 늘리고 장바구니 들고다니기운동의 지속적인
홍보, 그리고 시민들의 환경교육 측면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참여연대의 주부모임과의 연
계, 나아가 지역주민들 중심으로 주부환경지킴이 네트워크를 짜 활동범위와 내용을 넓혀갈
계획에 있다.
작은 것을 변화시키지 못하면 큰 것을 변화시킬 수 없다. ‘엄마’들이 바꾸어가는 세상. 새
로운 세기, 그들의 힘이 기대된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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