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5] 생활환경/ 11년만에 다시 등장한 병우유/ 마석훈

11년만에 다시 등장한 병우유



우유팩 하루 소비량 3천만개, 연간 50억개가 넘는다. 전량 외국에서 수입되는 천연펄프로 만
들어지는 우유팩은 제조 비용만 연간 1천억원이 든다. 하지만 실제 재활용율은 15%정도에
불과하다. 우유팩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질오염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20∼30회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병은 환경과 경제적인 측면, 그리고 교육적인 효과 등
모든 면에서 종이팩보다 우수한 용기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는 가운데 대구의 (주)영남우
유에서 병우유 생산을 시작했다.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의 최종 목표가 생산단계에서부터 일회용품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볼 때 영남우유에서 병우유를 생산한 것 자체가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 해서 쓰레기문제해
결을위한시민운동협의회를 비롯한 전국의 환경단체가 영남 병우유에 각별한 관심과 기대를
보였다.

병우유 대구에서 등장
대구에 본사를 두고 영남지역(주로 경북, 경남 일부지역 공급)에 우유를 공급하는 영남우유
는 사장인 김문조 씨가 우리나라 최초로 요쿠르트를 개발하는 등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
하는 유제품 전문기업이다. 하지만 서울우유를 비롯한 재벌기업의 막강한 광고전에 밀려 현
재 지역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한자리수의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남우유
는 병우유에 대한 기성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환경보호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병우유제
품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자 막대한 시설개조비용과 홍보비용을 들여 병우유 생산
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영남우유의 모든 생산라인에서 병우유를 만드는 것은 아니고 몇 개
라인에서 단체급식용을 위주로 생산하고 있다. 또한 일반시판용의 경우 회수체계를 갖고 있
지 않아 엄밀한 의미로 재사용 용기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초 병우유 단체급식처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초등학교 급식담당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병우유가 친환경적이고 교육적 효과가 많은 것은 인정하지만, 운반하기 무겁
고 깨지기 쉬워 학생들이 다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단체급식의 대가로 공급업체
가 학교측에 내놓는 학교발전기금의 규모도 문제가 되는 분위기였다.

병우유 정착 위해선 정부 지원 절실
현재 대구지역 10여개 초등학교에서 병우유 단체 급식을 실시하고 있는데, 직접 병우유를
마셔본 학생들은 팩우유보다 맛이 좋고 환경운동을 실천한다는 사실에 뿌듯해하고 있다. 또
한 병이 가볍고 얇으면서도 단단하게 만들어져 우려했던 사고는 발생하고 있지 않다.
문제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병우유급식을 신청하는 학교가 너무 적어 (주)영남우유의 경영
상태가 오히려 악화되어 힘들게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전국 각
지에서는 홍보를 위해 병우유 시음대회를 개최한다며 병우유 협찬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 영
남우유 담당자는 아주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주)영남우유의 병우유 생산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지원(세제혜택, 융
자)이 절실하다. 또한 전국 각지에 병우유를 생산하는 업체가 생겨나 사회전반에 병우유 사
용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처럼 학교, 군부대와 같이 굳이 일회용기가 필요하
지 않으면서 대량으로 우유를 소비하는 곳에서는 생수통에서 물을 받아 마시듯 대형용기에
서 각자 따라 마실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환경단체들의 주된 역할도 영남 병우유
를 홍보하는 것보다 재사용 용기에 대한 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지역업체가 병우유 생
산체계를 갖추도록 추동하는 것이라 본다.
아무튼 영남우유의 첫 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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