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 오이도갯벌 매립 백지화의 의미

오이도갯벌 매립 백지화의 의미


천혜의 갯벌과 이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의 삶이 모질게도 이어지는 곳, 시흥 오이도 갯
벌. 반만년을 이어온 이들의 원형질 같은 삶이 한번에 삭제될 뻔한 위기에서 벗어났다.
경기도 시흥시가 추진하던 15만6천평 규모의 시흥 정왕동 오이도 공유수면 매립사업이 지역주민
들과 시흥환경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끈질긴 반대에 부딪혀 결국 지난해 9월 그 막을 내린
것이다. 1997년 2월 공유수면 매립이 승인된 이래 5년여에 걸쳐 본격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갯벌
매립사업이 전면 백지화되자 주민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독선적 행정의 말로
91년에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이 세워진 지 10년이 넘는 세월을 끌어온 갯벌매립의 구상은 시흥
시가 시 전체면적의 87퍼센트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며 개발토지를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했다. 총 6백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오이도 이주단지에서 한국화약매립지(1.4킬로미터, 51만
평방미터)에 이르는 바다를 메운다는 계획이 그것. 97년 해양수산부로부터 매립승인을 받으며 점
차 가시화되기 시작한 이 사업은 2000년 들어 시민들의 큰 반발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그 해 1
월 발족한 <오이도갯벌보존을위한주민대책위원회>는 갯벌매립은 자연생태계의 파괴, 어민들의 생
존권을 위협하는 행위임을 주장하며 관련기관 항의방문, 서명운동, 집회와 농성, 토론회 및 공청
회 등을 통해 갯벌 살리기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의회 역시 주민대책위의 오랜 설득 끝에 2001년 5월 사업추진을 유보할 것을 시에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시의원들이 권고안을 통해 ‘이 사업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물론 시민단체들이 강력
히 반대하고 있어 이를 강행할 경우 큰 마찰이 예상된다’고 밝힌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흥시는 사업비 중 일부(50억원) 밖에 확보하지 못했고 공유수면 매립허가 기간이 6월로 끝나
현실적으로 사업추진이 어렵다며 유보결정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시흥시는 8
월에 매립면허 사업기간 연장을 신청하며 다시 공사에 착수하겠다고 말을 뒤집었다. 하지만 시로
부터 연장신청을 받은 해양수산부가 결국 면허연장 불가를 통보하면서 마침내 사업은 완전히 무
산됐다. 이로써 시흥시는 설계비 등으로 약 12억원의 세금과 막대한 행정력만 낭비한 셈이 됐
다. 주민대책위의 말대로 결국 오이도갯벌 매립사업은 “민주적 절차와 시민들의 여론수렴 과정
도 없이 추진하다 좌절된 것”으로 “개발위주의 관행과 독선적 행정, 지자체의 욕심 등이 어우
러져 낳은 작품”이 되고 만 것이다.
한편 현재 시흥시 시민단체들과 지역주민들은 오이도를 생태문화탐방지로 조성하여 지속적인 환
경보존과 문화재 보존지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문화재청에 의해
오이도 패총지역 약14만평이 문화재 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갯벌개발, 다음 세대에 결정하자
수도권에서 지하철로도 갈 수 있는 오이도(4호선 종착역)갯벌은 사실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그리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다. 하지만 패총이 많은 곳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 만큼 유적지로서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학술조사에 따르면 오이도 패총 발굴지가 신석기 시대
의 주거지로 판명돼 약 5천년 전부터 이곳의 사람들은 지금과 비슷한 삶을 살았을 거라고 추정하
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주민들은 갯벌 주변 바위에서 굴을 따고 뻘 속에서 온갖 조개들을 캐면
서 생활을 꾸려 왔다는 뜻이다.
이렇듯 오이도 갯벌은 주민들의 소중한 생활의 터전이기도 하고 선사시대 유물·유적의 발굴로
그 교육적 가치도 매우 높은 곳이다. 또한 오이도 갯벌은 시흥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해안 갯벌이
며 갯벌의 수많은 생명체와 다양한 철새들이 서식하는 소중한 땅이기도 하다. 생태계를 파괴하
지 않는 최소한의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수도권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기에도 적당한 곳이
다.
하지만 현재 갯벌의 가치와 경제적 효용성에 대해서는 학계에서조차 의견의 통일을 보기 어려운
상태인 것이 사실이다. 새만금갯벌 간척사업을 비롯해 서해의 많은 갯벌들이 지금도 메워지고 없
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대해 시흥환경연합의 장동용 사무국장은 오이도갯벌 매립
사업과 관련, 시흥시에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갯벌의 경제적 평가는 갯벌의 가치를 규명하
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것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현재로는 정확한 평가에 어려움이 많
습니다. 따라서 갯벌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하나의 전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
것은 바로 갯벌 개발에 따른 이익이 매우 크지 않는 한 개발을 유보하여 다음 세대로 하여금 결
정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번 오이도갯벌 매립 백지화는 무분별한 개발위주의 정책을 시민들의 힘으로 막아낸 성과로 높
이 평가될 것이고 동시에 한국 환경운동의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정부
가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갯벌 간척사업, 화옹호 방조제공사 등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릴 좋은 선
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백 기자 leesb@kfem.or.kr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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